The Most Vicious Family in Cambodia (캄보디아의 최악질 가족)
2010년 11월 10일
시엠립에 하루라도 더 머물고 싶었지만, 페크데이의 누이가 일을 저질러서 서둘러 프놈펜으로 출발했다. 매니저인 그녀의 남동생한테 보고도 하지 않고, 사장인 내 허락도 받지 않고 가게를 계약했다는 보고만 페크데이로부터 받고 괘씸해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무슨 배짱으로 그랬을까? 무슨 일이든 내가 다 받아줄 거로 생각했던가? 계약금을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지만, 그녀의 잘못이니 손해는 그녀가 감수하고 사업은 없던 일로 하라는 메일을 띄우고 버스에 올랐는데 프놈펜에 도착하기까지 7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다.
버스터미널에서 Hong Phann Hotel까지 도보로 1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화물칸에 실은 배낭이 흠뻑 젖어 있어서 할 수 없이 툭툭을 잡아탔다. 페크데이가 예약해둔 104호실에 여장을 풀고 Hello Guest House로 가보니 아직 근무 중인 페크데이의 형 니사이와 Capitol Guest House에서 객실 안내원으로 일하는 19살 꿈많은 청년 티니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티니가 아직 저녁을 못했다고 해서 야식당에 데리고 가 함께 식사했는데 내가 프놈펜에 돌아오기까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그의 영어실력이 눈부시게 향상되어 있어 놀랐다. 더 놀라운 일은 고졸 신분이지만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덕분에 프런트데스크에 근무하는 니사이가 4년 장학생으로 명문대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명문 University라고 해봤자 학생들 수준이 우리나라의 지방 전문대에도 못 미치지만, 그들의 부족한 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니사이 녀석이 장한 일을 하긴 했다. 나를 무너뜨리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니사이!
식사를 마치고 나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티니를 데리고 편의점에 갔는데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다는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는 모습에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그와 담화를 나누다 늦게 Hello Guest House로 돌아갔는데 더 초췌해진 모습의 페크데이가 저녁도 들지 못하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녀석을 한참 야단치고 나서 들어보니 그의 누이가 계약금으로 50달러를 걸었다고 한다. 1,000달러도 500달러도 아닌 50달러라. 내가 오늘 하루 쓴 액수만 46달러인데…. 그 이상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이들의 가난한 삶을 계산하지 못했다... 라고 결론을 내린 게 다시 돌아간 캄보디아에서 저지른 첫 번째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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