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의 眞한 이야기/에피소드

Episode 61 - In Thailand (7) - 비둘기 모이

Jean2 2013. 11. 19. 16:46


치앙마이행 버스를 예약하고 나서 숙소에서 멀지 않은 싸남 루앙으로 바람을 쐬러 나갔는데, (흰 티를 입은) 얼굴 더럽게 생긴 아줌마가 뒤에서 내 미니 백팩에 뭔가를 쑤셔 박는다. 꺼내 보니 비둘기 모이 3봉지였다. 돌려주려 하자 세 봉지를 냅다 뜯더니 비둘기한테 뿌려주라고 한다. 내게 공짜로 주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한다. 비둘기가 행복해할 것이라고. 그러자 연두색 티를 입은 아줌마가 달려와서 150바트라고 한다. 한 봉지에 50바트란다. 이런 젠장. '내가 샀느냐?', '내가 뜯었느냐?' '이게 Fucking Thai Style이냐?' 욕을 하자 50바트만 달란다. 허허. 50바트도 줄 수 없다고 하자 20바트만 달란다. 경찰을 부르기 전에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 거지 적선하는 셈 치고 20바트 주고 말았다.

지난 보름간의 좋았던 감정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후진국에서는 결코 비켜갈 수 없는 불유쾌한 상황.


두 못된 아줌마들 때문에 가던 길 멈추고 감정을 추스르고 있는데 한 나이 지긋하게 생긴 분이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상황을 얘기하자 20바트밖에 잃지 않았는데 왜 그리 화를 내느냐고 한다. 돈이 문제가 아닌 감정 문제라고 하자 여전히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의 주머니에서 20바트를 꺼내며 함께 온 아이들에게 건네준다. 아이들 용돈밖에 안 되는 돈인데 화를 낼 이유가 있느냐고…. 그의 말에 화가 나서 주머니에 있던 100바트 지폐를 꺼내 구기고 땅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20바트는 당신에게도 큰돈이 아니니 내겐 더 적은 돈이다. 그러나 돈의 문제가 아닌 감정의 문제이다. 9년 만에 돌아와서 지난 15일간 참 기분 좋게 지냈는데 오늘 한순간에 그 감정이 사라졌다. 또한, 저 사람들이 살아있는 한 나 같은 피해자가 내일도, 모레도 계속 생길 게 아니더냐."

때마침 지나가던 서양인도 순식간에 나와 같은 피해를 당했다.

"봐라, 또 한 사람 당하지 않았느냐?"

그제야 내 더러운 기분을 이해한듯 했다.

그리고 그가 내 기분을 풀어줄 테니 그의 툭툭에 올라타란다. 허허. 그도 장사꾼. 툭툭기사였다.


80바트만 주면 사원 몇 군데 둘러보고 숙소까지 데려다 주겠단다. 이번이 6번째 태국 방문이라 방콕의 사원은 사실 안 가본 데가 없고, 새로운 곳이 있다 해도 난 걸어 다니는 사람이라고 말하자 노부모를 모시고(그의 부친 65, 모친 60) 두 딸의 학비도 벌어야 하는데 오늘 손님이 없었단다. 그제야 그의 나이가 내 동생보다 어린 40살이란 걸 알았는데 60은 되어 보인다. 손녀딸들로 보였던 어린아이들은 그의 친딸들이었다. 80바트가 비싸면 60바트만 달란다. 드라이브 한 번 하는데 그리 비싼 요금은 아니지 않으냐고….


그와 얘기하는 동안 내가 한참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을 텐데 어린 딸들은 내 화난 얼굴을 보고도 계속 미소를 보내더니 휴대폰으로 내 사진을 찍어 보여주며 한마디 한다. 'Mr. You are handsome.' 아버지를 돕고자 아부를 했겠지만 듣기 나쁜 말은 아니었고 딸들의 환한, 그리고 간절한 미소에 마음이 약해져 툭툭에 올랐다.


출발 전에 세 부녀 사진을 찍어 주고 메일주소를 달라고 하자 집주소를 준다. 한 소녀가 바보 소년에게 '메일주소'를 알려달라고 하자 '우리 집 주소는 서울시 XX구....' 그 다음날도 '우리 집 주소는 서울시 XX구....' '매일 주소'를 알려주는 바보 소년 만화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