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 PM. 리스본에서 바르셀로나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야간열차는 피곤하지만, 하루 숙박비와 그다음 하루를 벌게 되니 두 가지가 경제적이다. 같은 칸에 이탈리아인 사진작가와 멕시코인 스페인어 강사가 탑승해서 가볍게 맥주 한 잔씩 하며 담소를 나누다가 눈을 붙였는데 우리 세 사람을 절친한 친구로 맺어줄 사고가 곧 일어났다.
경황이 없어서 사고가 난 이후에도 한참 동안 시계를 못 보았지만, 대략 새벽 2시 정도였던 것 같다. 시속 350km로 달리던 초고속열차가 갑자기 선로를 이탈하더니 자갈밭 위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내 심하게 요동치며 똬리를 틀다가 기우뚱 옆으로 넘어갔다. "꽉 잡아!" 서로에게 소리쳤지만, 위 칸에 있던 나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아래 칸에 누워있던 두 친구의 머리 위로는 배낭과 트렁크가 매섭게 날아갔다. 엉덩이에 심한 타박상을 입어 시퍼런 자국만 한 달을 갔는데 당시에는 너무 놀라서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지만, 사망자는 없었으니 우리는 '운 좋은 날'이라고 서로 위로했다. 앞칸에 타고 있던 미국인은 광분해서 책임자가 누구인지, 어떻게 피해보상을 해줄 것인지 외쳐대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죽지 않았으면 되지. 뭐가 문제인가?'라는 눈빛으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는 - 마드리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 아주 불친절했던 스페인의 국민성을 이미 체험한 뒤라 - 기대도 하지 않았고, 당연하게도 사과의 안내방송조차 나오지 않았다.
탑승객 전원을 마드리드 기차역까지만 호송해줄 버스가 도착하기까지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열차로는 두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를 6시간 만에 도착해서 바르셀로나행 열차에 오르기까지 다시 1시간 반을 대기하는 바람에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겨 25시간 30분 만에 바르셀로나기차역에 도착했다. 11:30 PM. 큰일이었다. 왜냐하면...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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