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의 眞한 이야기/에피소드

Episode 22 - In Spain (3)

Jean2 2013. 10. 30. 23:05


2:00 AM.


"한 명만 부탁한다."

"그럼 진은?"

"아마 2명."

"나머지 2명은..."


"야밤에 어딜 가시나? 가진 돈 다 내놔!"


당시 내 뱃속에는 100만 원이 넘는 돈이 들어 있었다. 오래도록 신불자였으므로 신용카드도 없었고 모든 금융권을 박탈당해서 은행거래도 할 수 없었으니 돈을 몸속에 보관할 수밖에 없었다.


"싫다면?"

"싫다면..."


녀석의 손이 주머니에 들어간 순간 자동우산 손잡이가 녀석의 정수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얼마나 세게 내리쳤던지 우산살이 거의 다 날아갔다. 독일인 친구도 힘을 얻어 한 녀석을 가격하기 시작했고, 망가진 우산을 팽개치고 세 번째 녀석의 면상에 주먹을 날리자 강냉이가 튀어나왔다. 두 개는 부러진 것 같다. 두 놈은 머리를 움켜잡고 고꾸라졌고 한 놈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으니 나머지 두 놈은 싸울 생각도 않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아마 패거리를 부르러 갔을 것이다.


"지금이다. 튀어!"


무거운 배낭을 메고 30분은 달린 것 같다. 옷과 배낭이 땀과 비에 흥건했고 지칠 대로 지친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포도주와 커피 한 잔씩을 시켜놓고 짧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고맙다. 멋진 싸움이었다."

"나야말로. 진 덕분에..."

"아니, 나야말로, 자네 덕분에..."

"무섭지 않았니?"

"왜 안 무서웠겠니? 하지만 난... 내 삶이 더 무섭고 버겁다."


4:00 AM.


숙소를 구하지 못해서 한적한 곳에 놓여 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6시면 날이 밝을 테니 한 시간씩 교대로 눈을 붙이자는 그를 먼저 재우고 6시까지 깨우지 않았다. 어제도 큰일을 겪고 점심으로 빵 하나 먹은 게 전부인데 다시 날이 밝아오도록 먹지도 쉬지도 못하고 체력만 소모했으니 배고픔과 추위와 극도의 피로감이 몰려왔다. 파리에서 한 봉지 얻은 신라면을 꺼내 부셔 먹다 보니 공복감은 해결되었는데 갈증은 해소할 길이 없다. 상거지가 따로 없다.


6:00 AM.


어둠이 걷히자 친구가 놀라 벌떡 일어났다.


"왜 깨우지 않았어, 진?"

"괜찮아. 난 잠이 많지 않으니까."

"미안하게도. 그럼 아침은 내가 사지."


내가 가는 길은 험하고 멀지만, 또 한 명의 좋은 친구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