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의 眞한 이야기/에피소드

Episode 21 - In Spain (2)

Jean2 2013. 10. 30. 23:03


11:35 PM 바르셀로나.

열차사고만 아니었다면 오후 2시에 도착해서 느긋하게 숙소를 찾아 나설 수 있었는데 한밤중에 도착하고 나니 대책이 없었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노상강도사건이 끊이지 않을 만큼 많은 집시가 이동해있어서 늦은 밤에 홀로 배낭을 메고 거리를 나서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독일처럼 역숙을 할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자정이면 완전히 폐쇄해버리니 급한 대로 역에서 가깝다는 한인숙박업소인 아XX민박집에 전화를 걸었다.

"이 친구 지금이 몇 시인데 전화하는 거야? 내일 다시 전화해!" 딸각. 훌륭한 주인이었다. 11:45 PM.


그때 홀로 길을 나섰다면 적지 않은 위험에 노출되었을 텐데 나처럼 무거운 배낭을 메고 홀로 방황하는 외국인을 발견했다. "나도 혼자, 당신도 혼자이니 함께 나가는 게 어떨까?" 내 제안에 독일에서 온 이 친구는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기뻐했다. 11:50 PM.


시내로 나가는 마지막 전철이 11:55 PM에 끊어진다고 해서 전철역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출발 30초 전에 승차장에 도착해서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전철에 올랐다. 11:55 PM.

사람들이 많이 하차하는 역에서 무작정 내리는 바람에 어느 역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추적추적 비까지 내리기 시작해서 발걸음이 더 무거워졌다.


"빈방 있습니까?"

"없어!" 쾅 (지랄하며 문 닫는 소리)


마드리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 Oficina de Información[오피씨나 데 인뽀르마씨온]에 들어가서 값싼 숙소 정보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안내원이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내뱉은 말은 이게 전부였다. "값싼 숙소는 없다!"

기차를 갈아탈 때도 역무원들이 하나같이 불친절해서 내겐 이미 두 번 다시 밟고 싶지 않은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두 번째 호텔까지는 함께 들어가서 물었지만, 같이 욕먹는 게 싫어서 한 사람씩 교대로 들어가서 묻기로 했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하기 전에 마드리드역에서 빵 하나 먹은 게 전부라 무척 시장했지만, 독일인 친구와 번갈아서 욕을 있는 대로 먹는 통에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빈방 있습니까?"

"없어! 만원이다." 쾅

"잠시만요. 근처에 다른 숙소는 없습니까?"

"알게 뭐야!" 쾅


비가 계속 내려서 짐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숙소를 찾아 쉼 없이 걷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수상한 녀석들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가 표적이 된 것 같다. 도망가자."

독일인 친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속삭였다.

"늦었어. 우린 짐이 많아서 저들을 따돌릴 수 없어. 무기를 꺼내야겠다."

필리핀에서 호신용으로 지니고 다녔던 튼튼한 자동우산을 배낭에서 꺼내 드니까 독일인 친구도 우산을 끄집어냈다.

"휴, 다섯 명이네."

"걱정하지 마. 난 한국인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