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의 眞한 이야기/에피소드

Episode 14 - In Canada (2)

Jean2 2013. 10. 25. 14:22


창이 없어 환기도 되지 않는 깊고 어두운 지하주차장에 짐을 풀었다. 그래도 좋았다. 새벽이슬을 피할 수 있어서 좋았고, 촌음의 시간이라도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쁘게 했다. 졸업을 코앞에 두고 학업이 중단된 지 3년…. 하루빨리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호주에서 날아오는 데만 꼬박 이틀이 소요되고 시차 적응도 안 되어 몹시 피곤했지만, 하루는 쉬라는 사장의 배려를 마다하고 팔을 걷어붙였다. 일이 너무 고되 녹초가 되다가도 숙소인 지하주차장에만 도착하면 생기를 되찾아 공부할 수 있었고 이른 새벽의 체력단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렇게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생활했지만….


탑을 세우면 거센 폭풍이 달려와 무너뜨리고, 더 공을 들여 다시 세우면 더욱 강력한 절망의 폭풍이 사정없이 휩쓸고 지나가기를 반복했다. 하루하루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며 간절히 기다렸던 어머니의 출소를 전해 들었지만, 어머니의 목소리 대신 말기 암 진단을 받으셨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잔인한 사형선고를 전해 들었다. 그렇게 간절히 기다렸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기까지 다시 일각이 여삼추와 같은 시간을 인내하며….


일을 더 했다. 온몸이 부서져 가루가 되더라도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했다. 밤마다 호텔에 출근해서 중노동을 하고 아침에 퇴근하면 1시간 반의 짧은 수면을 취하고 나서 출장 지도하러 다녔다. 학생 수는 점점 불어나는데 마땅한 수업 장소가 없어서 애를 먹었지만,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 마침내 내 명의의 아파트를 얻어 눈치 보지 않고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까지 - 감당할 수 있었다. 아침에 퇴근해서 다시 저녁에 출근할 때까지 내가 또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호텔 종사자들은 전혀 몰랐고, 마지막 수업을 마치자마자 허겁지겁 달아나는 내가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지 제자들도 한동안 몰랐다.


처음 10개월 동안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1시간 반이었는데, 말 많고 의심 많은 사람들은 나 자신도 믿을 수 없던 그 지옥 같은 상황을 믿어줄 리 없었고, 내 진실을 여과 없이 받아들인 때 묻지 않은 영혼의 소유자들은 내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난 지극히 보통 사람이었다. 끼마다 진통제를 두 알씩 복용하지 않으면 수면부족으로 나를 괴롭히는 지독한 두통과 안통을 극복할 수 없었고, 1시간마다 안약을 점안하지 않으면 충혈된 눈을 위장할 수 없었던…….


미국유학시절에도 텅 빈 냉장고를 열어보고 내가 뭘 먹고 사는지, 매일 외식을 하는지 미국 친구들이 참 궁금해했는데, 캐나다에서의 빈 냉장고 역시 제자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호텔에서 간단한 음식이 제공되어 출근과 동시에 주린 배를 채우고, 퇴근할 때 챙겨오는 식빵과 잼으로 다시 날이 저물어 출근할 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어쩌다 음식을 챙겨오지 못하면 굶었다가 출근해서 폭식을 해버리니 끼마다 복용하는 진통제와 더불어 불규칙한 식사는 위장병을 부르고야 말았다. 그래도 어머니만 살아나실 수 있다면,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따뜻한 밥과 맛있는 반찬을 다시 먹을 수만 있다면 더 모진 고통도 견딜 수 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