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의 眞한 이야기/에피소드

Episode 12 - In the Philippines (3) - Liezel의 고백

Jean2 2013. 10. 25. 14:16


공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는데 자금이 완전히 바닥나서 얼마 되지 않는 한국 돈과 Thai Baht, US $2까지 환전했다. 식사를 한 끼 줄이고 도보로 한 시간 이내의 거리는 걸어 다니는데 열사병으로 일주일을 앓아누웠던 93년도의 악몽을 잊기에는 한낮의 태양이 너무 뜨겁다.


내가 그토록 모욕을 주어 내쳤던 창부 Anna가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몰래 들어와서 텅 빈 냉장고에 음식을 가득 채워놓고 사라졌고, 상황이 더 악화하자 500페소를 아무 조건 없이 선뜻 내주었다. 안정될 때까지 계속 지원을 해주겠다고... 그녀를 믿어주었으니 그녀도 진을 믿는다고... 몸을 팔아서 벌어온 돈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았고, 몸을 판 돈으로 사온 음식을 눈물과 함께 삼켰다. '미안했다, 미안하구나, Anna...'


가게를 오픈하기 전에 Anna한테 필요한 기술을 빨리 가르쳐서 직원으로 고용하라고 James한테 명했다. 나의 제의를 Anna도 흔쾌히 받아들여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한솥밥을 먹는 진의 가족이 되었다.


사장이 한국에서 온 미혼남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삽시간에 단골이 불어났다. 매일 얼굴도 모르는 여성들로부터 수십 통씩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에도 바빴다. 그런데 어느날 한가족으로 열심히 일하던 Anna가 행방불명되었다. 필리핀에서 버는 돈으로는 억대의 빚을 청산할 수 없어서 또 다른 나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Anna가 사라지기 며칠 전에 내게 하다만 말이 마음에 걸렸다. 'Jean... 만일 내가...'


Anna가 종적을 감춘지 사흘째 되던 날 한 호주인이 자동차를 몰고 가게를 찾아와서 물었다. 그의 사장이 호주에서 패션사업을 하는데 Anna를 모델로 데려갈 수 있겠느냐고... Anna의 삶을 바꿀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되어서 승낙은 했지만,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Anna의 행방을 알 길이 없었다.


James의 사촌동생인 Liezel까지 내게 부담을 주는 바람에 더 무거운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Jean, 여자친구 없어요?"

"없어."

"Jean을 좋아하는 여자를 아는데, 소개해줄까?"

"아니."

"왜요?"

"Liezel, 나는 누구를 사랑할 수가 없단다. 네게 맞는 남자가 나타날 거야."

"흑..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