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청년 : 내가 호주에서 캐나다로 날아오기 전에 캐나다대사관에 가서 캐나다에 갔다가 호주로 돌아올 게 아닌데도 반드시 왕복 항공권을 구해야 하는지 물어보니까 영사가 특별한 목적이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서 편도표로 날아왔다.
출입국 관리관 : OK. Go over there!
▶ 출입국 관리관이 트집 잡기 전에 선수를 쳤지만, 된장! 청년이 불려 간 곳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만큼 어려웠던 '재심대'였다. 청년의 순서가 오기까지 청년의 앞에 서 있던 다른 재심대상자들이 모조리 강제 출국당하는 걸 지켜보던 그 시간이 청년에겐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출입국 관리관 : 왜 편도표로 날아왔지?
대한청년 : 저쪽 관리관한테 이미 말했다!
출입국 관리관 : 난 못 들었으니까 다시 말해봐.
대한청년 : 호주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데 꼭 왕복표로 날아와야 하나? 당신 같으면 왕복표를 사겠어? 단지 이민국에 제시하기 위해서?
출입국 관리관 : 음... 물론 아니겠지. 좋아. 돈은 얼마나 갖고 있지? 꺼내봐.
대한청년 : 싫다!
출입국 관리관 : 뭐라고? 어서 꺼내봐.
대한청년 : 싫다고 말했다! 나 이 사람 어느 나라에서도 돈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왜 캐나다에서는 돈 검사를 하느냐! 어느 나라 법이더냐!
출입국 관리관 : (상기된 얼굴로) 음... 뭐... 법이라기보다... 음... 보여줘야 하는데...
대한청년 : 싫다고 말했다! 어서 도장이나 찍어주시지!
▶ 청년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돈은 동전까지 합해도 달랑 $21가 전부였기에 보여줄 수가 없었다. 시드니에서 토론토까지 비행시간만 30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다 보니 편도표와 왕복표의 차액이 $500가 넘어서 청년은 왕복표를 끊을 수 없었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힘이 더 강해져서 간단한 질문조차 받지 않고 이민국을 통과하지만, 당시 캐나다나 필리핀, 태국 등 무비자로 입국하는 나라의 이민국에서는 왕복 항공권을 제시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하기 일쑤였다. 더구나 때는 1998년 5월, IMF 시절이라 한국인만을 위한 입국심사대가 따로 있었고 일일이 돈 검사까지 해서 $1,000당 한 달을 체류할 수 있는 도장을 찍어주던 시절이었으니...
출입국 관리관 : 음... 좋다. 캐나다에 친구나 친척은 있나?
대한청년 : 아무도 없다. (미국에서는 있어도 없다고 해야 했는데 캐나다는 반대로 없다고 하면 트집을 잡았다.)
출입국 관리관 : 뭐라고?? 그럼 어디서 머물려고?
대한청년 : 내가 호텔에 투숙하든 아파트 얻어서 살든 일일이 보고해야 하는가?
출입국 관리관 : 음... 그건 아니지만...
대한청년 : 벌써 30분이 지났다. 기내식만 7끼를 먹고 대기시간까지 48시간을 날아와서 몹시 피곤하니 이만 보내주시지!
출입국 관리관 : 음... 캐나다엔 얼마나 체류할 건가?
대한청년 : 그건 너희 나라에 달려있다!
출입국 관리관 : 뭐라고?? 그게 무슨 말?
대한청년 : 조랑말! 너희 나라가 마음에 들면 오래 있다 갈 것이고 마음에 안 들면 당장 떠날 것이다. 이제 되었느냐? (버럭)
출입국 관리관 : 음... 그런데 짐은 왜 이렇게 많아?
대한청년 : 나 세계 일주 중이야!
출입국 관리관 : ㅠ.ㅠ....
▶ 그제야 출입국 관리관이 청년의 여권을 열어보고는 기절초풍했다. 빈 페이지를 찾을 수 없어서 도장이 찍혀있는 곳에 또 도장을 찍는 흔치 않은 여권이었으니...
출입국 관리관 : 정말 부자인가 BoA.
대한청년 : Carrot is mouse! 내가 돈도 없이 날아왔겠니?
출입국 관리관 : 부러War... ㅠ.ㅠ...
▶ 40분에 걸친 싸움 끝에 관리관의 입을 봉쇄하고 무비자 최장체류기간인 6개월 도장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300를 보여준 다른 한국인은 3일만 체류할 수 있는 도장을 받았는데 $21를 보여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청년은 단 한걸음도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래서 더 당당하게 맞서야 했다.
세상에는 힘들게 사는 사람이 참 많다. 그래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희망은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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