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써 놓으면 무슨 말인지 훤히 알겠는데, 쉬운 문장도 원어민이 말로 하면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사람은 미국 사람이 하는 말을 어떻게 다 알아듣겠느냐며 key word만 짚어가며 알아들으면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말을 과연 골자만 알아듣고 다 알아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 말이란 "아"다르고 "어"가 다르다는 우리의 옛말이 있듯이, 말이란 키워드가 아닌 부분에서 뉘앙스가 풍겨온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말이란 전체를 알아들어야 순간순간 달라지는 말하는 사람의 톤의 미묘한 빛깔을 느낄 수 있다.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늘 칠판 앞에서 각본을 갖고 공부를 했으니 불 보듯 당연하다. 실제 상황 속에서 상호 대화를 통해 귓속에 말을 저장했더라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이는 말을 잘 못 알아들으니까 아예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건 자기가 외워둔 말을 일방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대화는 상호 간의 교류라는 측면에서 이것을 올바른 대화라고 할 수 없다.
말을 못 알아듣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영어 전체의 발음을 알아듣지 못하는 때가 있고, 말하는 사람의 진의를 몰라서 못 알아듣는 때도 있다. 우선 영어가 귀에 들어와야 하는데 대부분 이것이 잘 안 되어 첫 단계부터 애를 먹는 사람들이 많다.
영어를 알아듣는 데 있어서 적어도 다음과 같은 "듣기 과정과 기법"에 대해 알고 듣기공부를 한다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듣기 과정
1. 사람은 말을 듣자마자 이미지로 바꿔 단기 기억 속에 저장한다.
2. 말의 이미지를 구성 분자들(내용, 목적)로 조직을 한다.
3. 말하는 사람의 목적, 표현, 내용 등을 조리 있는 메시지로 분류하여 듣는 사람의 장기 기억 장치에 재건축된 의미로 저장한다.
4. 말하는 사람의 메시지를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도가 무엇인지 재빨리 파악한다.
세부적인 듣기 기법
1. 말의 토막, 절, 가지 들을 단기 기억장치에 저장하라.
인간이 무엇을 기억하려면 일단 단기 기억장치에 저장하는 과정을 거친다. 단기 기억장치에 저장된 내용은 그대로 두면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증발해 버리고 만다. 의미와 결부시키지 않으면 장기 기억장치에 옮겨 저장할 수 없다.
2. 말 속에 담겨 있는 가지각색의 독특한 소리를 구별하라.
발음 훈련을 받아야 상대방이 말하는 소리를 구별할 수 있다. 장단음, 각 철자의 자음과 모음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의 소리를 구별해 낼 수 있다.
3. 강음, 소리의 전형적인 패턴, 억양을 알아 두어라.
영어는 한국어와 달리 두 음절 이상의 각 낱말에는 스트레스(강음)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스트레스는 한국에서 말하는 액센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런 경우 액센트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액센트는 두 가지 뜻 즉, 하나는 말 그대로 강음, 다른 하나는 말투("저 사람은 영어에 한국 액센트가 있다.")를 의미한다. 그리고 영어에는 영어만이 갖는 소리의 전형적인 리듬 패턴이 있다. 억양은 대개 뒷부분이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패턴을 취하고 있다.
4. 앞 뒷말이 붙어 축소된 발음 형태를 분명히 알아 두어라.
영어의 낱말은 하나하나가 말을 할 때 그대로 소리 나는 게 아니라 흔히 앞 뒷말이 붙어서 축소된 형태로 소리가 난다. "I asked them."을 말할 때 미국인들은 <ai askm>으로 말한다.
5. 낱말과 낱말의 경계를 구별하라.
6. 영어의 독특한 어순을 알아 두어라.
put it on 같은 수없이 많은 영어의 독특한 어순을 알고 있어야 말이 빨리 귀에 들어온다.
7. 많은 낱말의 뜻을 알아 두어라.
8. 말하는 사람의 주제와 아이디어의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빨리 포착하라.
9. 문맥 속에서 주어지는 상황으로 의미를 추측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라.
10. 낱말의 품사 기능을 포착하라.
같은 낱말이라도 문장 속에서 그때그때 기능이 달라진다. stone과 wall은 각기 명사이지만 이 둘이 합쳐지면 stonewall이라는 동사가 되어 "방해하다"라는 뜻을 담는다. 이를 해결하려면 평소에 영어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11. 영어만이 가지는 기본 문형을 철저하게 알아 두어라.
외국어 습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차라리 발음은 서툴더라고 문장 패턴을 먼저 익히는 것이 절대 중요하다.
12.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는 접속사를 재빨리 알아 두어라.
13. 주어, 동사, 목적어, 전치사 같은 문장의 구성 요소를 알아 두어라.
이런 요소들은 문법적인 술어로 알아 두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말할 때 거의 무의식적으로 귀에 들어와야 한다. 말하는 중에 어떤 것이 주어이고, 목적어인지를 따져가면서 들을 수 있겠는가!
14. 언어 이전의 세상 지식을 충분히 활용하라.
한국인이건 미국인이건 세계 공통으로 아는 상식, 지식을 활용해서 들으라는 말이다.
15. 말하는 사람의 요지(main idea) 정도는 알아 두어라.
16. 말하는 사람의 목적을 알아 두어라.
글쓴이 - 하광호 (뉴욕주립대 영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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