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Daily Spectrum社에서 세계 129개국으로 파견할 외신기자를 대거 모집하던 적이 있습니다. 국내 기자들보다 4배나 높은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구미가 당기는 조건과 학력, 나이, 경력은 불문에 부친다는 파격적인 조건, 대신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만 응시할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절대적인 조건, 또한 음악, 미술, 스포츠 등 특기자를 우대한다는 색다른 조건도 내세웠습니다.
전국에서 인재라고 자부하는 젊은이들이 몰려들어서 129명의 기자를 선발하는데 무려 3만 5천 88명의 응시자가 1차 필기시험인 모국어, 즉 영어 시험을 치렀고 5천 명이 1차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자신의 주특기 언어시험인 2차 시험에서 다시 4천 명이 낙방을 했고 면접과 장기 자랑시험인 3차 시험에서 (무려 272대 1의 경쟁을 뚫고) 최종합격자 129명이 결정되었습니다.
이 채용시험에 응시한 그룹을 Daily Spectrum社와 공동으로 연구한 BY 대학의 연구진은 흥미 있는 연구결과를 얻었습니다. 1차 시험인 모국어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응시자들은 2차 시험에서도 같은 (점수) 순서대로 통과했다는 점이고 3차 시험 점수도 높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또한, 129명 전원이 미국 3,500개 대학 중 순위 100등 안에 드는 일류명문대학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일류대생은 역시 다르다.'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이크로사의 빌 게이츠도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연봉이 4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마라." 또한 "공부 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에게 잘 보여라. 사회 나온 다음에는 아마 그 '바보' 밑에서 일하게 될지 모른다."라는 충고를 했습니다.
"모국어를 모르고서 외국어를 논하지 마라." 한 대학에서 무려 6개 국어를 강의했던 C. Whidington박사가 생전에 하셨던 말씀입니다. 그는 다수 동시통역사를 배출시켰던 명강사로 유명했던 분인데 모국어 점수가 낮은 학생들은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분으로도 유명합니다. 국어는 잘하지만, 외국어는 못한다는 사람은 있어도 외국어는 잘하는데, 국어는 못한다는 사람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미국 유학을 할 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미국에는 체육특기자로 대학을 특례 입학하고 졸업까지 하는 제도가 없습니다. 운동선수도 다른 모든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평점이 C+(75∼80%)이상이 되어야만 졸업할 수 있습니다. 공부하기도 어렵고 바쁜데 운동까지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올림픽 선수 중에는 유능한 의사나 변호사들과 같은 우수한 두뇌도 상당수 있고, 팝 가수 중에도 박사학위 소지자가 많습니다. 미국에서 학위를 받는다는 것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이런 말을 합니다. "운동을 하느라고, 음악을 하느라고…." 또는 "그림을 그리느라고 공부를 못했다." 하지만, 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런 변명들은 그저 핑곗거리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경쟁사회에서는 다방면으로 뛰어난 팔방미인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고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운동만 열심히 한다고, 그림만 열심히 그린다고, 머리만 열심히 만진다고 세상이 내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고교시절에 저와 친했던 한 동창이 있습니다. 그는 인문계 출신이지만 워낙 암기하는 것을 싫어했고, 언어, 특히 영어와는 담을 쌓고 살아서 재수할 때 이공계로 전공을 바꾸어서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언어엔 소질이 없다기보다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수학은 만점을 받던 그였으니 결코 바보는 아니었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유학을 떠나기 전부터 그에게 언어, 특히 영어공부를 해두어야 한다는 충고를 여러 번 해주었지만, 그는 '때가 되면 하리라.'라는 말만 했을 뿐 졸업을 할 때까지 언어공부를 소홀히 했습니다. 요즘엔 더 하지만 당시에도 임금을 많이 주는 회사에서는 Toeic 점수를 요구했습니다. 요즘처럼 높은 점수를 요구하던 시절은 아니었지만, 초보자에겐 너무 높은 점수였기에 번번이 낙방을 하다가 결국 대학을 졸업한 지 3년 만에 Toeic 점수를 요구하지 않는 작은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그때도 저는 그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영어공부를 포기하지 마라.'는 충고를 해주었지만 귀담아듣지 않다가 IMF가 터졌고 회사 사정상 부득이하게 감원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하필이면 Toeic 점수로 감원 대상자를 결정한다는 방침이 떨어져서 그는 다시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이젠 (세계적으로) 영어는 누구나 해야만 하고, 못하면 대접을 받지 못하거나 바보 취급받는 필수언어가 되었고, 제2, 제3외국어까지 요구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천연자원도 없고 국토의 크기도 제주도의 절반밖에 안 되는 싱가포르가 아시아 제2의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전 국민이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엄청난 언어의 힘 때문입니다. 칼을 막을 방패는 있어도 언어의 위력을 막을 방패는 없습니다.
당신은 혹 취직을 하지 않고 사업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에 언어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이 재력가가 아닌 이상 Toeic이나 Toefl에서 고득점을 취득하는 실력자들을 당신의 수하로 둘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들은 당신보다 더 큰 야망을 품고 있고 당신보다 똑똑한 부하를 거느리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십수 년간 노력해서 쌓은 실력을 불과 몇 달 만에 따라잡겠다 거나 앞서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마십시오. 당신에겐 그런 재주가 없습니다. 올겨울에도 많은 학생이 (준비도 채 되지 않은 상태로) 해외 연수를 떠날 것입니다. 출국을 하기 전까지 불과 몇 개월, 심지어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히(?) 실력을 쌓고 출발하겠다는 철부지들도 많습니다.
이솝 우화에는 게으른 토끼와 부지런한 거북이만 등장하지만, 현실에는 부지런한 토끼와 게으른 거북이도 존재합니다. 제아무리 부지런한 거북이라 해도 부지런한 토끼를 따라잡기는 불가능합니다. 하물며 부지런한 토끼와 게으른 거북이와의 격차는 천양지차라는 사실은 논할 필요조차 없겠지요.
다국어를 구사하는 사람 중에는 한 가지 언어를 마스터하고 새로운 언어에 도전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물론 있을 수도 없습니다. 어떤 언어든지 (모국어인 우리말도) 평생 마스터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식사를 몇 달씩, 몇 년씩 거를 수는 없고 10년간 미뤄왔던 운동을 하루아침에 다 할 수도 없습니다. 뭔가를 하기로 했다면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당신이 생각만 하고 내일로 미루는 동안에 오늘 시작하는 사람은 이미 당신을 앞서고 있고 어제 시작한 사람은 더욱 앞서가고 있습니다.
2009년 1월에 했던 맹세를 상기해 보십시오. '새해에는 운동하겠다,' '영어를 완전히 정복하겠다,' '담배를 끊겠다.' 등 참 많은 다짐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벌써 2009년도가 막을 내리고 있지요. 얼마나 많은 약속을 지키셨는지요? 2009년이 아쉬움으로 끝났다면 2010년엔 더욱 긴장하십시오. 자신과의 약속을 충실히 지킨 사람들은 2010년에도 더욱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어를 잘하고 싶다고요? 그럼 국어부터 시작하십시오. 지금 당장 시작해도 당신은 이미 늦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더욱 뒤처지게 됩니다. 당신보다 훨씬 먼저 시작해서 훨씬 앞서 있는 그들도 여전히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앞으로도 당신을 앞질러갈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상황이 갖추어지기를 너무 오래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기회는 지금까지도 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오지 않습니다. 명심하십시오. 그들은 당신보다 바쁘게 살아왔고, 살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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