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언어를 배우든 문법을 배우지 않는 언어교육은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영어교육 문제는 문법을 가르치지 않음으로써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문법을 제대로 가르쳐야 해결된다.
첫째, The Graphophonic Cue System이다. 거의 모든 언어는 문자(Graphon)와 소리(Phonic)를 갖고 있다. 이 문자와 소리와의 관계를 완전하고 분명하게 이해하는 것이 언어를 익히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이다.
예를 들어, 자음 다음에 a가 이어지면 장모음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lady', 'paint' 등이 그 예이다. 중요한 것은 이 원칙을 완전히 이해하여 몸에 배게 하는 것이다. 원칙만 가르치는 것 가지고는 충분치 않다. 완전히 자기 것이 되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훈련을 해야 한다.
말은 거의 자동적으로 그냥 나온다. 초등학교 영어교육은, 바로 이것이 가능하도록 훈련시키는 단계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는 The Syntactic Cue System이다. 이 시스템은 한 언어가 작동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자연스러운 원칙을 말한다. 이 시스템은 독특한 문장 구조일 수도 있고, 단어 배열 원칙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말이나 영어에서는 수식어가 피수식어 앞에 온다. '예쁜 꽃' 또는 'beautiful flowers'가 바로 이런 경우다. 이 고정적이고 전형적인 틀이 몸에 배도록 집중적인 훈련을 받는 것은 외국어 교육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 외국어가 가진 구조를 완전히 친숙하게 익혀야 비로소 그 언어를 할 줄 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The Semantic Cue System이다. 각 문장과 낱말이 풍기는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말하는 사람이 이전에 경험한 일,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그리고 그가 처한 상황을 통해 생겨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시스템이 오직 얼마나 많은 어휘를 알고 있는가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상황과 지적 능력의 발달 단계에 따라 달리 이용되고 다르게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낱말도 어느 문장 속에 놓여 있느냐, 또 어떤 전후맥락 안에 있느냐에 따라 그 뜻이 완전히 달라진다. 미국인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I got you."라는 표현이 있다. 전후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사전을 가지고도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식의 특수한 의미들까지도 완전히 몸에 배게 되면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영어를 할 수 있다'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넷째는 The Pragmatic Cue System이다. 언어는 문화적, 사회적, 인종적으로 어떤 그룹에 속하느냐, 그리고 지리적으로 어떤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다르게 사용된다.
당신이 거리를 걷다가 상점에 들어가 물건을 사며 상점 주인과 이야기할 때는 대통령과 이야기할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와 방식으로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초보자라면, 이런 문제까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둘째와 셋째 시스템만 완전히 이해하고 몸에 밴 상태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첫째와 넷째 시스템까지 익히려고 할 필요는 없다.
둘째의 신택틱 큐 시스템과 셋째의 시맨틱 큐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한국 영어교육의 핵심이다. 그 밖의 요소들은 이 두 가지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글쓴이 - 하광호 (뉴욕주립대 영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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