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양은 2년 전에 미국에 왔습니다.
B군은 3개월 전에 미국에 왔습니다.
A양은 많은 말을 합니다. 2년 전에도 그랬지만 2년이 지난 현재에도 손짓 발짓 섞어가며 많은 말을 합니다.
B군은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3개월 전에도 그랬지만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면 좀처럼 입을 열지 않습니다.
A양이 B군에게 조언합니다. 손짓 발짓을 섞어서라도 무조건 부딪쳐야 영어가 향상된다고……. 그래도 B군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A양이 B군에게 충고합니다. 소심한 성격을 버리라고……. B군은 단지 정확한 문장을 만들어 내느라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말합니다. B군은 세심할 뿐이지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닙니다.
A양은 매일 많은 분량의 글을 씁니다. 20장이 넘는 글을 쓰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반나절'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한번 쓴 글을 다시 살펴보는 일은 없습니다.
B군은 많은 글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나절' 동안 2장의 글도 채우지 못합니다. 한 단어 한 단어 철자가 정확한지 사전도 찾아보고, 한 문장 한 문장 문법상의 오류는 없는지 문법책도 뒤져보고, 다 쓴 글을 10번, 20번 면밀히 살펴보고 수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B군이 답답하다고 A양은 투덜거립니다.
다시 3개월이 흘렀습니다.
오늘은 A양과 B군의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날입니다.
A양은 2년 3개월이 지나도록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여전히 콩글리쉬를 구사하고 있고, 그녀가 제출한 작문에도 제대로 된 문장이 하나도 없어서 F 학점을 받았습니다.
B군은 3개월 전에도 정확한 문법과 풍부한 어휘로 훌륭한 영어를 구사했는데 3개월 동안 더 일취월장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물론 A 학점을 받았습니다.
다시 3년이 흘렀습니다.
A양은 이제야 랭귀지 스쿨을 벗어나 가까스로 본과생이 되었습니다.
B군은 전 과목 만점으로 학사과정을 마치고 석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말을 많이 하면 많이 하는 만큼 실수도 많이 하게 됩니다. 글도 많이 쓰는 만큼 많은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무조건 말을 삼가고 글쓰기를 자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말을 하기 전에 신중히 한 번, 두 번 더 생각하고, 다 쓴 글을 세심히 두 번, 세 번 다시 읽어보면 A양이 범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고, B군처럼 더 빠르게,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언어는 습관입니다. 어떤 습관이 배어 있느냐에 따라 제자리걸음만 할 수도 있고 눈부시게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외국어 실력은 국어 실력에 정비례한다는 것을 제가 여러 번 강조한 바 있습니다. 외국어와 국어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 외국어를 시작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국어실력을 보면 얼마나 빠르게 혹은 더디게 발전할 수 있는지 미래의 향상도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문자와 문법은 달라도 언어의 논리는 맥을 같이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올린 '국어를 잘해야 외국어도 잘하는 것입니다.'라는 글도 참고하시고, 어제, 그리고 오늘 여러분이 쓰신 글을 다시 읽어보세요. 한 줄 메모장에 올리신 짧은 글이나 누군가의 글 밑에 올리신 댓글도 타자하신 후 살펴보지 않으셨다면 살펴보세요. 적지 않은 실수를 범하셨다는 사실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마침표 하나가 빠져도 5점이나 감점당하는 나라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항상 꼼꼼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A양과 B군은 가상이 아닌 실존 인물들입니다. 여러분은 A양이 되시겠습니까, B군이 되시겠습니까? 선택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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