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planet.daum.net/pcp/Gate.do?daumid=lchangju 새벽별 플래닛
슬픔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아픈 것인지 아는 이들은 벗의 애완동물의 죽음에도 슬퍼하고 위로가 될 말을 찾아내려 애쓰지만, 찾지 못한다. 그러나 모르는 자들 - 그것이 정확히 어떻게 생긴 것인지 묘사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자들 - 은 슬픔에 대한 정의까지 내리고 상가(喪家)에서도 -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지는 못할망정 - 상주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무분별한 언행을 일삼는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단순한 사고(思考)는 단순히 살아온 삶에서 연유하는데 그들은 마치 세상의 모든 고통, 슬픔을 다 알고 있고 이미 다 경험해온 것처럼 말한다. 죽음보다 슬픈 사연(들)이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할 수 있는 No Brain Survivor는 더욱이 없다.
잡초밭에 우뚝 서 있는 잡초는 자신의 키가 가장 큰 줄 알지만, 거목 아래에서는 한낱 바닥에 깔린 잡초에 불과한 것을, 우물 속에서 바라볼 수 있는 하늘은 고작 우물 크기의 작은 하늘이 전부인 것을 아는 바보는 없다. 편협의 의미를 모르는 자들이 편협이란 단어를 남용하고 오용하는 것은 또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나보다 앞서 어머니를 여읜 내 의형제 제이가 어머니의 장례를 지내고 나서 자취를 감추었다가 아픔을 딛고 두 달 만에 모습을 나타냈을 때 정작 같은 아픔을 겪어온 친구들은 그를 위로해줄 어떤 말도 찾아내지 못했는데 그에게 가장 많은 위로와 -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 조언을 거침없이 쏟아 부은 한 No Brain Survivor가 있었다.
Miae : "많이 힘드시죠. 저도 처음 1년 동안은 무척 힘들었답니다. 하지만 세월이 약이더군요. 그러니 제이님도 힘내시고.... (이하 장황한 설교는 생략)"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는 살아 계셨다. 사별(死別)이 아닌 잠시의 이별이었을 뿐이니까! 내 아우를 농락하고 그에게 상처를 보태준 그녀가 내게 저지른 잘못과 그것 때문에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카페에서 추방을 당한 사유를 언급하겠다. 그전에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카페가 생겨난 배경부터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카페'를 개설하기 전에는 'Jean's English Clinic'이라는 대형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영어 외에도 3개 외국어를 더 다룬 외국어 전문카페였고 현직교수들과 학원강사들, 교사들, 외국유학생들, 재외 교포들의 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막강한 카페였다. 무엇보다 자랑스레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내가 1년 이상을 - 하루 2시간도 못 자면서 - 직접 작업해서 올린 방대한 학습자료들이었다. 남의 글을 복사해서 올리는 것은 내 성격과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으므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정성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회원들의 참여도가 높은 것은 당연한 대가였다.
당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대학생ㆍ직장인들이 상경해서 내 수업을 받고 있던 때라 카페 작업은 한밤중에 진행되었는데 카페 작업만으로도 힘이 드는 판에 시험 때만 되면 숱하게 날아드는 대학생들의 영작문이나 번역 숙제 부탁 메일이 날 더 괴롭혔다. 한, 두 명 도와주다 보니 메일은 끝도 없이 날아들었다. 내가 밤을 꼬박 새워 그들의 숙제를 대신 해주고 있는 시간에 그들은 달콤한 꿈나라를 여행 중이었으리라! 하루에 500통이 넘는 숙제 부탁 메일이 도착한 기가 막힌 날도 있었다.
"번역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유료더군요. 그러니 주인장님이 도와주세요."
"꼭 도와주실 거죠?"
"급해요.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니까 제발 도와주세요."
"아무개의 소개를 받고 드리는 메일인데요. 번역을 무료로 해주시는 분이죠? 양이 좀 많아요. 대략 20페이지 정도 되는데 전문용어가 많아 제 능력으로는 할 수 없으니 빨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물론 그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한 적도 없고, 무료 봉사나 하고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도 아니며, 내게도 필요한 최소한의 수면 시간마저 비양심적이고 이기적인 이들을 위해 내 건강까지 해쳐가면서 할애해야만 하는 역사적인 사명감이나 의무도 없(었)다. 서진이라는 사람에게도 내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고작 3시간 이하임을 '분명히' 밝혔지만, 그녀는 내 부족한 수면시간, 그것으로 말미암은 피곤함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왕 수고하시는 거 프랑스어까지 올려주시면..." 따위의 파렴치한 요구를 누가 또 할 수 있을까? 보통 낯가죽이 아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지만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이 아니고, 이기적이라는 표현도 사악한 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모두를 사랑할 수는 없어도 모두에게 친절을 베풀 수는 있다.'라는 신조로 살아온 나지만 이건 아니(었)다. 하나를 베풀면 둘을 요구하고, 둘을 베풀면 넷을 요구한다. 그날 (* 500통 이상의 메일을 받은 날) 개별적으로 '숙제를 도와줄 수 없다.'는 답장을 보내다가 그 시간도 턱없이 부족해서 전체메일을 띄워 그들의 잘못을 지적해주었다.
"학교나 직장에서 여러분 능력 이상의 과제를 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여러분의 숙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여러분의 잘못이고 책임입니다.... (이하 생략)"
메일을 발송하자마자 수십 명씩 탈퇴하기에 이르렀고 숱한 항의 메일까지 날아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렇게 철저히 이기적일 수 있을까? 생각이 없는 자들에게 부끄러움, 미안함, 감사하는 마음 따위를 바라는 것은 로또에 1등으로 당첨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일 것이다. 개념 없는 그들이 카페를 떠나는 것이 나는 그저 고맙기 그지없었고, 자진해서 탈퇴하지 않는 No Brain Survivor는 내가 직접 강제탈퇴처리했다. 그 일 때문에 내게 돌아오는 숱한 욕설과 원망의 소리는 철저히 흘려버렸다. 주인의 자리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자위(自慰)하며….
2006.3.31
'Jean의 眞한 이야기 > Jean의 眞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산지석 3 (0) | 2011.05.15 |
---|---|
타산지석 2 (0) | 2011.05.13 |
왕란이 두 판에 오천 원? [3] (0) | 2011.05.12 |
왕란이 두 판에 오천 원? [2] (0) | 2011.05.12 |
왕란이 두 판에 오천 원? [1] (0) | 2011.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