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의 眞한 이야기/Jean의 眞한 이야기

캄보디아 비자 신청

Jean2 2011. 5. 7. 16:53

 

아침 일찍 샤워하고 어제 찍어둔 뒷골목의 노천 식당으로 향했다. 밥과 세 가지 반찬을 선택할 수 있는 식사가 고작 20 Baht(=₩600)다. 값비싼 식사가 아니라도 영양가도 고려하고 얼마든지 맛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일찍이 필리핀의 빈민굴에서 배운 생존 방식이었고 미국 유학 시절에도 한 달 평균 $30로 끼니를 해결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런 생활 속에서도 하루 두 시간의 운동을 걸러본 기억이 거의 없고 십 년 이상 단련시켜온 세 시간의 수면은 훗날 예기치 않았던 사고에 대비한 예행연습이 되어 버렸다.

 

식사 후에 바로 캄보디아 대사관을 향한 버스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구름 한 점 없는 후줄근한 날씨 탓에 등골이 흥건하게 젖고 있지만 , 이 아름다운 세상에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일 뿐이라 기쁘기만 하다.

 

Khaosan Road만 벗어나면 일단 영어와는 거의 담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라 태국어를 구사하지 않는 한 어느 정도의 각오가 필요하다. 아니나다를까 버스를 기다리는 태국인들에게 말 한마디 건네기가 무섭게 뒷걸음질을 쳐서 결국 내 곁엔 아무도 남지 않았다.

 

 

태국의 버스들은 완전히 멈추지 않고, 서는 듯하다가 그냥 가 버리는 일이 허다하다고 하더니만 실감을 하기까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눈앞에서 한 대를 바로 놓쳐 버리고 말았다. 다음 버스도 그런 식이었지만, 내 뒤를 바짝 따라붙는 고마운 승객들 덕분에 무사히 승차할 수 있었다.

 

필통처럼 생긴 요금통을 마치 악기를 연주하듯이 '착착' 흔들어대면서 안내양 왈, "빠이 나이 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행선지를 묻겠거니 짐작하고 "Cambodian Embassy"라고 답을 해주자 홍당무가 되어 버렸다. 쪽지에 적어둔 캄보디아 대사관의 주소를 보여주자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운전기사한테 가져갔다. 이내 미소를 머금고 돌아온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만국 공용어인 "OK."

 

한 20분 달렸을까? 차창 밖에 펼쳐진 시가지 구경에 정신을 놓고 있는데 서둘러 내리라고 한다. Guest House 주인은 분명히 40분은 걸린다고 했는데…. 검지로 정류장을 가리키면서 다섯 손가락을 펼쳐 보이는 것으로 보아 5번 버스를 타라는 모양이다. 기다려 보는 수밖에….

 

10대 이상의 버스가 지나가도록 5번 버스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행인들을 불러세워도 묵묵부답이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한참 만에 콩나물시루 같은 5번 버스가 열기를 내뿜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올라탄 버스 요금은 3.5 Baht였는데 콩나물 버스는 5 Baht란다. 콩나물값이 비싸군!

 

승차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내려서 걸어가라 한다. 그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20분 이상을 행보했지만, 도무지....

 

 

200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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