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의 眞한 이야기/Jean의 眞한 이야기

태국 2

Jean2 2011. 5. 7. 16:22

30kg이 넘는 배낭을 짊어지고 공항을 나서자마자 대형 sauna를 방불케 하는 불볕더위가 순식간에 옷을 적셔놓고 이어 모기떼들의 겁없는 도전이 시작된다.

 

Khaosan Road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가면 우리 돈으로 315원이면 충분한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100 Baht (=₩3,000)짜리 공항 버스표를 끊었다.

 

800만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방콕에는 밤늦은 시각에도 차들이 홍수를 이룬다. 93년도에 처음 방문해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코사멧에서 보내고 95년도에도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다시 돌아오리라는 약속을 6년 만에 이행했는데 하나 둘 낯익은 간판들이 벌써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 6년 동안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듯했다. Rush Hour에는 두 시간 이상은 소요되는 거리인데 다행히도 교통 소통이 원활해서 50분 만에 Khaosan Road에 도착했다. Khaosan Road는 밤낮이 따로 없는 지역이라 한밤중에 도착해도 방을 잡는 데는 문제가 없는 지역이다.

 

 

6년 전에 묵었던 값싸고 깨끗한 Guest House는 자취를 감추고 시끌벅적한 식당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어디에서 묵을까? 숙소를 잡기도 전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섭씨 39℃.

 

값싼 Guest House들은 유럽 배낭족들이 거의 점령을 한 터라 할 수 없이 200 Baht(=₩6,000)짜리 Twin room을 예약했다. 새벽 2:15.

 

여장을 풀고 샤워하고 나오기가 무섭게 다시 옷이 땀으로 흥건해져 Seven Eleven에 들어가서 몸을 식히고 있는데 같은 목적으로 들어오는 배낭족들이 계속 불어나서 더욱 비좁아지고 있었다. 한국에 전화하고자 300 Baht(=₩9,000)짜리 Phone Card를 샀다. 예전엔 이런 카드가 없어서 30 Baht(=₩900)내고 collect call을 해야 했는데 태국도 이제 많은 발전을 하는 모양이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고 옛 추억의 밤거리를 거닐다 숙소로 돌아와 보니 새벽 4:00. 여전히 잠은 오지 않는다. 선풍기에선 더운 바람이 열기를 북돋아 주고 모기들의 합창이 시작된다. 억지로 잠을 청해보았지만 원래 잠도 없는데다 갑자기 환경이 바뀌다 보니 무리였다.

 

뒤척이다가 다시 샤워하고 Guest House에서 저렴하게 service 해주는 Thai massage 좀 받고 싶은데 10:00에 개시한단다.

 

세 번이나 태국을 방문하면서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터라 더욱 궁금했다. 젊은 masseuse가 따로 있을 줄 알았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들어오셨다. 마사지가 시작되기 전에 합장(合掌)하시더니 이내 호흡을 가다듬으셨다. 내가 두 시간이나 요구를 해서 조금 부담스러우신 모양이다.

드디어 명실상부한 Thai massage가 지친 내 몸에 와 닿는 순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기계체조를 하면서 Chiropractic을 일찍이 익힌 터라 massage라면 나도 자신만만한데 Thai massage는 한층 더 높은 차원이었다. 척추 교정은 물론이거니와 가장 피로를 느끼는 압점들을 stretching과 함께 지압하는 상당히 과학적인 요법이었다.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대여섯 시간은 지난 것 같았는데 마지막 stretching을 위해서 아주머니가 잠을 깨웠을 때 시계를 보니 1시간 50분이 지났을 뿐이다. 와, 수개월간 누적된 피로가 이미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12:00.

 

아침은 그렇게 숙면으로 때우고 점심은 길거리에서 해결하고자 Guest House를 나섰는데 바로 문 앞에서 국제학생증위조단이 작업하고 있었다.  90 Baht(=₩2,700)주고 만들었다는 아가씨의 말을 듣고 왔는데 50 Baht(=₩1,500)만 요구해서 3년 치를 주문했다.

 

위조학생증이지만 항공요금부터 시작해서 각종 학생 할인 혜택을 받는 데 무리가 없는 진짜와 진배없는 학생증이다. 오래도록 휴학을 해서 한동안 혜택을 누리지 못했는데 세 장의 학생증을 거머쥐고 나니 벌써 힘이 솟구친다. 그래도 점심은 먹어야지. Fried egg까지 얹어 주는 Fried noodle이 15 Baht(=₩450)밖에 되지 않는데 맛은 기가 막히다.


방콕에 존재하는 왕궁과 사원들은 이미 93년도에 모두 둘러본 터라 특별히 방문할 곳이 없어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때마침 툭툭(TukTuk) 기사가 흥정을 걸어왔다. 툭툭은 motorcycle을 개조해서 만든 삼륜차로 햇볕만 차단하는 차양만을 달고 있어 온갖 매연이라는 매연은 다 감수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시원한 에어컨이 가동되고 미터기대로 요금을 지급하는 택시만도 못해 외국인들이 이용하기엔 위험 부담이 큰 차량이다.

 

예전엔 툭툭을 이용할 때마다 현지인들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서 그들이 얼마를 요구하든 내가 내야 할 액수만 지급하고 내렸기 때문에 택시보다 싸게 이용했다. 내겐 좀처럼 바가지를 씌우지 못하니 그들로서는 나를 태우는 날이 재수에 옴 붙는 날이라 표현해도 과장이 아닐 듯싶다.

 

내게 흥정을 걸어온 기사는 툭툭을 무료로 이용하고 대신 자신이 원하는 몇몇 상점들을 꼭 방문해달라고 요구했다. 샤핑을 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단호히 거절하자 더욱 파격적인 조건을 선뜻 내세웠다. 한 상점을 방문할 때마다 100 Baht(₩3,000)를 주겠다는 것이다. Promotion 중에 있는 상점들을 툭툭 기사들의 소개로 방문하기만 하면 - 물건을 구매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이 - 적지 않은 commission이 떨어진다고 한다. 툭툭 기사들의 부수입원치고는 상당히 좋은 조건이다.

 

음, 좋다! 100 Baht라면 택시를 한 번 타고도 남는 액수인데 한 상점당 100 Baht라니. 승차하기 전에 한 번 더 다짐을 받았다. '내게 거짓말을 한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야.' 그는 약간 공포에 질린 듯했지만, 자신 있다는 표정의 웃음을 지었다.

 

매연을 만끽하면서 시내 곳곳을 둘러보는 중에 그가 요구하는 상점들을 하나씩 방문하기로 했는데 상점마다 5분에서 7분 이상의 minimum stay가 정해져 있었다. 비단 가게에서는 별 무리 없이 5분만 채우고 빠져나왔는데 중국인이 운영하는 보석상에서 애를 좀 먹었다. 수백에서 수천 달러에 이르는 보석들을 펼쳐 놓고 설명을 하기 시작하는데 다음에 다시 오겠다는 속 보이는 거짓말이 쉽사리 먹히지 않았다.

 

아직 방문할 상점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하는 데 마음이 없는 염불은 더는 외울 수가 없으니 그만 Khaosan Road로 돌아가자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그가 대학교 1년에 재학 중인 그의 여동생 자랑을 계속 늘어놓더니만 결국 날(?)을 잡자고 한다.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인지 내 돈이 탐나는 것인지 속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제법 진지한 그의 태도에 호감이 가기도 했다. 명함과 함께 그는 약속대로 내게 300 Baht를 떼어 주었다. 세 상점을 방문한 대가치고는 괜찮은 수입이지만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여하튼 근로소득이 생겨서 Khaosan Road에서 제일 큰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Seafood Curry & Rice가 80 Baht(=₩2,400), Papaya Shake가 20 Baht(=₩600). 캐나다에 있을 때도 태국 식당에서 몇 번 식사하긴 했지만 이렇게 맛이 좋지는 않았다.

 

 

200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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