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꾸려보는 배낭이다. 귀국한 지 반년이 지나도록 비행을 하지 못해서 좀이 쑤실 지경이었다.
그동안은 여행다운 여행을 좀처럼 해보지 못했다. 단지 외국에서 오래 체류를 해왔다는 사실뿐인데 세인들은 날 부러워한다. 내겐 생존을 위해 험한 세상에서 홀로 싸워 왔던 암울한 기억밖에 없는데 그 긴 이야기를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추억을
인정하자
애써 지우려던
내 발자국의 무너진 부분을
이제는 지켜보며
노을을 맞자.
바람이 흔들린다고
모두가 흔들리도록
버려 둘 수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또
잊어야 했나?
.
.
.
아무도
객관적인 생각으로
남의 삶을
판단해선 안 된다
그 상황에 젖어보지 않고서
그의 고민과 번뇌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가 가졌던
그 숱한 고통의 시간을
느껴보지 않고서, 그 누구도
비난해선 안 된다
.
.
.
서정윤의 "홀로서기 2" 中에서
어제저녁까지 강의하고 밤늦도록 카페 작업과 100통이 넘는 메일에 대한 답장을 띄워 보내느라 눈도 제대로 붙이지 못했지만 마치 옛고향에 돌아가는 듯한 즐거움에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 카페를 들여다보다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배낭을 짊어지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처음 구경해 보는 인천 국제공항까지 잘 정리된 도로 양쪽으로 싱그러움을 자랑하는 수목들이 초여름을 재촉이라도 하듯 봄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오후 5:10 출발 비행기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정시에 출발하지 못하고 30분이나 지나서야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왕년에 비행 대장 출신이셨던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서일까, 비행기가 구름을 박차고 떠오를 때면 언제나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희열로 가슴이 설렌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꿈꿔왔던, 자나 깨나 꿈속에서도 그리운 미국땅에 다시 돌아가는 날, pilot license를 취득하고 자가용 비행기로 창공을 날고 말리라!
이륙 후 5시간 40분 만에 방콕의 하늘에 도착했지만, 공항 사정으로 말미암아 무려 2시간이나 선회 비행을 했다. 그래서 현지 시각 22:50에 도착을 하고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고 보니 이미 25일이 되어 있었다.
200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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