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적잖은 관심을 보이며 다가온 '쓰레이뚜취'. 이름만 물어보았을 뿐인데 전화번호까지 알려준 그녀. 그녀가 먼저 다가오지 않았다면 이름도 묻지 않았을 텐데….
2011년 1월 10일
다 차려놓은 사업체를 페크데이 일가족한테 고스란히 빼앗긴 날.
캄보디아에서 큰일을 겪고 있을 때 - 내게 도움을 받은 모든 캄보디아인이 캄보디아인답게 등을 돌렸을 때 - 홀로 그 못된 캄보디아인들과 싸우며 나의 오른팔이 되어준 캄보디아인 친구 '야룽'과 나를 사랑하는 '쓰레이뚜취'와 그녀의 여동생, 그리고 여동생의 남편, 즉 매제까지 한식당에 초대했다. 매제는 캄보디아에서 가장 높은 봉급을 받는 (* 경찰공무원의 30배) 치과의사로 영어도 완벽하게 구사하는 지식인이라 장시간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는데 끝내 '쓰레이뚜취'의 비밀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의 여동생과 매제까지 내게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우리 두 사람의 관계가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눈치여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없는 돈 다 털어서 낮에는 선물을 사 들고 '쓰레이뚜취'의 옷가게를 찾아갔고 저녁에는 그녀의 노천식당에서 다른 손님과는 차별된 바이끄릉 사이사멋을 먹고 돌아왔는데….
2011년 1월 13일
그녀의 식당에 '야룽'을 초대했는데 '쓰레이뚜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밤새 만들어 놓은 선물도 가져왔는데…. 섭섭한 마음을 달래며 야룽과 식사하고 있는데 한 소년이 '엄마' 어디 갔느냐고 종업원한테 묻는다. '설마 쓰레이뚜취가 소년의 엄마? 아니겠지.'
'페크데이'를 통해 - 보기보다 많은 내 나이를 알고 - 그녀가 처음 던진 질문은 부인이 있느냐는 것이었고, 나는 진실을 말했는데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가까이 지내는 남자조차 없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거짓을 그대로 믿었지만, 의심 많은 '페크데이'는 그 외모에 그 나이에 남자친구가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 그녀를 믿지 말라고 했다. 페크데이 본인이 진실하지 못해서 그녀를 믿지 않은 것임을 진작 알았다면 쓴잔을 마실 일이 없었겠지만….
나보다 놀란 '야룽'이 수저를 내려놓고 슬쩍 소년을 불러 물었다.
"쓰레이뚜취가 네 엄마니?"
"네, 제 엄마예요."
"너 말고 형제가 또 있니?"
"네, 형도 있어요."
'야룽'도 그녀를 믿었고 내가 그녀와 잘되기를 진심으로 빌었던 터라 충격이 컸다. 야룽이 다시 그녀의 식당에서 시중하는 그녀의 사촌 동생을 불러 물어보니
"아, 조카 녀석인데 그냥 '엄마'라고 불러요."
"휴, 그럼 그렇지. 깜짝 놀랐네. 진, 쓰레이뚜취는 네 여자야!"
2011년 1월 18일
사업체를 날린 상황이니 캄보디아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수가 없어서 야룽을 불러 나의 구체적인 계획을 그녀에게 전달하게 했다. 나, 가진 건 없어도 진실한 사람임을 야룽은 전적으로 믿었기에 내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주었고, 사업에는 실패했지만 괜찮은 여자를 만났다는 소식에 아버지는 기뻐하시기만 했다.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 그 아가씨와 함께 귀국해라."
누나들도 응원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나를 많이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비밀을 고백했고,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연을 받아들였다.
진작 말해주었다면…
한 조각의 심장쯤은 남겨두었을 텐데….
한번 닫히면…
대여섯 해는 꿈쩍도 안 하는 창(窓)인데….
이제 어떡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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