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의 眞한 이야기/에피소드

Episode 78 - In Thailand (16)

Jean2 2014. 7. 7. 17:37


어머니의 암이 재발하고 나서 숨을 거두시기까지 2년 2개월 동안 나는 하루 2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한 적이 없다. 24시간 어머니를 간호해 드리면서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독일 등 세계 각지의 현지인 친구들에게 메일을 띄워 필요한 대체의학 자료를 수집했고 고가의 대체의약품도 공수해왔다. 병원치료비와 대체의약품 구매비용으로 매월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썼으므로 2억 원이 넘는 빚이 불어났지만, 어머니만 살려낼 수 있다면, 살아나실 수 있다면 어떤 고통도 다 감수할 수 있었다.


당시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카페의 회원 수는 1,000여 명밖에 되지 않아 회원들의 행사일(* 졸업, 입학, 생일, 기일 등)을 모두 기억하고 있던 나는 잊지 않고 게시판에 축하나 위로의 메시지를 올렸다. 그러나 어머니의 병환이 깊어질수록 모두의 기념일을 생각해내는 것이 어려워졌고, 그래서 한두 명씩 본의 아니게 누락되었다. 그러나 그건 사죄(死罪)가 결코 아니었다.

 

- 2004년 3월. 졸업과 입학 축하메시지를 올린 날 -

 

Miae : "오빠, 저도 이번에 졸업했는데 왜 제 이름이 빠져 있죠?"

Jean : "아, Miae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서 졸업했다고 생각했는데…. 미안하구나."

Miae :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제가 카페에 얼마나 자주 들어왔는데."

Jean : "그래, 정말 미안하구나. 오빠가 정신이 없다 보니……."

Miae : "모두를 챙겨주실 수 없으면 아무도 챙겨주시지 말던가. 카페 관리를 좀 제대로 하시죠."

Jean : "말을 너무 심하게 하는구나. 오빠는 어머니의 임종을 앞두고 있어. 네가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니니?"

Miae : "도대체 어머니의 죽음과 무슨 상관이 있어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Jean : "너 정말 못됐구나. 그렇게 싫으면 카페를 떠나렴."

Miae : "네, 물론 떠나야죠. 떠나기 전에.......... (훈계는 생략)"

 

그녀가 자진해서 탈퇴하기 전에 내가 강제탈퇴 처리했다. 인간의 도리를 모르는 존재들이 인간의 도리를 강의하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희극인가! 


- Jean의 眞한 이야기, 타산지석 4에서 발췌




2011년, 캄보디아에서 사업에 실패한 후 고전하다가 2013년 4월, 설상가상으로 거처까지 잃어 사면이 어둠에 휩싸였을 때 루마니아인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여 루마니아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녀의 제의가 암흑 속에서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왔지만, 날아가기도 전에 그녀가 내게 청혼하는 바람에 루마니아행을 포기하고 다시 태국인 친구 '수'의 초대로 태국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차질이 생기는 바람에 대출받은 돈도 이미 바닥이 드러났고 하루하루 힘든 시간을 버텨왔다. 


2014년 6월 4일, 큰누나의 생일인데 축하인사는 못 할망정 부담은 주지 말아야 하는데 지난달 라오스에서 제때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에 이달 부채를 감당할 수 없어서 손을 내밀었다. 

6월 6일, '수'의 베스트 프렌드이자 두 번째 제자인 ‘짐미’의 생일인데 (생일 파티를 3일 동안 하기 위해서) 6월 7일 토요일의 4시간 수업을 빠지겠다고 일찌감치 통보했다.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은 수업이 늦게 끝나서 저녁 9시 이전에는 식사할 시간조차 없는 내게.... 9:00 pm ‘짐미’가 나를 야단치는 메시지를 보냈다.

“오빠, 오늘 제 생일인데요!”

“그래, 생일 축하한다.”


공복에 강의를 하면 더 배가 고프고 피곤하다.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해 위장병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 그녀의 심책이 속쓰림을 더했다.


“모두 내게 축하인사를 했는데 왜 오빠만 하지 않았죠? 어떻게 감히 제 생일을 잊어요? 제가 동생 맞아요? 오빠 노릇 제대로 하시죠!”


‘감히 짐미 생일을 잊었다니!’ 생일 파티를 3일이나 지속하기 위해서 4시간이나 되는 수업을 빠지는데 어느 바보가 잊을 수 있을까? 아직 6월 6일이었고 당장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멋진 포토샵 작품 하나 만들어주는 게 전부지만, 다음 수업 일에 수와 함께 외식을 할까, 짐미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요리해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짐미, 오빠 생일은 언제인지 아니? 태국에 와서 아무도 모르게 지나갔지만,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고 원망하지 않는단다.”

“말을 안 하면 누가 알아요?”


세르반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친구들에 대해 말해 보시오. 그러면 당신이 처신할 바를 말해 주겠소." 사귀는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천사 같은, 아니, 천사인 수와 짐미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요조숙녀 타입인 수에게 파티 걸인 짐미는 객관적으로도 어울리기 어려운 상대인데 수의 베스트 프렌드라는 이유로 나는 모든 걸 이해하려 애썼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짐미의 어리광마저 다 받아들였다.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안식하고 있는 죽마고우도 나와 공통점은 하나 없었으니....


곧 어머니의 기일이 다가오는데 찾아뵙지도 못하고 타국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실까 봐 마음이 무거운데 꼭두새벽부터 제자님께 생일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선생이 야단을 맞아야 하나? 6월 말은 둘째 누나의 생일이지만, 워낙 바쁘고 힘들게 살아온 가족이라 생일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가족은 내게 없다.


'수'의 절친만 아니었다면 수의 의견도 구하지 않고 바로 처단했을 텐데, 수와의 관계를 고려해서 사흘간 고민하고 상의한 끝에 잘라버리기로 결정을 내렸다. 

짐미가 잘못은 했지만,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알아듣도록 얘기하면 잘못을 깨닫고 사과할 터이니 한 번만 용서해주는 게 어떠냐고 수는 애원하다시피 말했지만, 어린아이도 그런 잘못은 저지르지 않는다, 잘못이 뭔지도 모를 것이므로 짐미가 사과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나의 확언이 씨가 되었다. 


내 어려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수의 친구이므로 수는 짐미를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지만, 위에서 언급한 못된 Miae와 똑같은 부류였음을 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터라 수의 충격도 컸다. 

“수, 넌 내 친구도 아니다! 진 오빠, 아니, 진의 교재도 다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 내 전 약혼남도 나를 차단하지 않는데 감히 진이 나를 차단해?”

나 때문에 수가 오랜 친구를 잃었지만, 나를 원망하지 않고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짐미를 안타까워하고 있으니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한다.


야단 한 번 치지 않고 오냐오냐 키운 자식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일은 없다. 태국산 쓰레기, 악취가 코를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