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의 眞한 이야기/에피소드

Episode 7 - In Australia (4)

Jean2 2013. 10. 25. 14:05


동트기가 무섭게 일이 시작되었는데 3끼를 내리 굶은 터라 능률이 오르지 않았다. 농장에서도 신상명세서를 요구하는데 Tax File Number 칸을 공란으로 비워놓고 제출해도 농장 측은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당장 시급한 문제는 배고픔….


농장주가 며칠에 한 번 트럭을 몰고 시내로 나갈 때마다 음식이 떨어진 일꾼들이 동승을 한다는데 마침 내가 도착한 다음 날이 그날이라 첫날 사귄 이탈리아 친구들과 함께 올라탔다. 농장에서 시내까지는 15km, 왕복 30km나 되는 거리인데 농장주는 우리를 시내에 내려만 놓고 알아서 돌아오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돌아갈 길이 막막했다. 농장이 아주 외진 곳에 있어서 대중교통수단이 전혀 없으니 히치하이크로 돌아가야 하는데 체격이 큰 장정 세 명을 목적지까지 태워줄 차를 만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탈리아 친구들은 고기와 파스타, 온갖 채소, 맥주 2박스 등 카트가 넘칠 정도로 음식을 장만했는데 내 카트에는 계란도, 잼도, 우유도 없이 맨 식빵만 3통이 담겨 있으니 한참을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날 쳐다보다가 결국 "그것만 먹고 중노동을 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물론, 안 되지. 내가 얼마나 위大한 사람인데…." 스페인어로 시작된 내 농담과 우스운 동작에 그들은 박장대소하고 간밤에 내가 들고 온 엄청난 부피의 짐 속에 음식이 하나 가득 들어 있다는 거짓말을 여과 없이 믿어주었다. 구차한 모습을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는 일이다. 내 실상을 알아낸다 해서 의기소침할 내가 아니지만…. 여하튼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도 했고, 그 농장을 떠나는 날까지 - 내 주식은 오직 식빵과 물이 전부였기 때문에 - 아무도 내가 주방에서 요리하고 식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재미있는 사나이'라는 별명 외에 또 하나 얻은 것은 '의문의 사나이'였다.


한낮의 평균 기온은 섭씨 42℃, 밤 기온은 5℃, 체감온도는 영하로 떨어지니 더위와 동시에 추위와의 싸움에 배고픔까지 더해져서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각자의 이름표가 붙은 박스에 자신이 수확한 체리를 담아놓으면 농장주가 무게를 달아서 - kg당 40센트로 - 임금을 기록하는 능력급 임금제였지만 워낙 무게가 나가지 않는 체리라서 100kg을 수확한다 해도 40달러밖에 안 되는 임금인데 하루 100kg의 수확은 최고의 수확량을 올리고 있던 내게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구나 식료품 장만을 위해 시내에 나갔다오는 날은 - 히치하이크로 되돌아오려면 최소 3시간 이상을 허비해야 하므로 - 한나절의 임금을 손해 보니 타격이 더 컸다. 자전거를 끌고 농장에 도착한 영국인 친구가 고맙게도 - 내가 시내에 나갈 때마다 - 그의 자전거를 빌려준 덕분에 더 빨리 다녀올 수 있었지만 굶주린 배를 달래며 내리막길만큼 반복되는 오르막길을 달려 30km를 왕복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식빵 한 통으로 이틀은 버텨야 하는데 세 통을 사오면 나흘도 되지 않아 떨어져서 더 자주 시내에 나가야 했다. 일이 워낙 험하기도 했지만 내 작업 시간은 여느 일꾼들보다 길었기 때문이다.


To be continued



'Jean의 眞한 이야기 > 에피소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pisode 9 - In Australia (6)  (0) 2013.10.25
Episode 8 - In Australia (5)  (0) 2013.10.25
Episode 6 - In Australia (3)  (0) 2013.10.25
Episode 5 - In Australia (2)  (0) 2013.10.25
Episode 4 - In Australia (1)  (0) 2013.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