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Clinic/종합의학 & 대체의학

꿈 너무 많이 꾸면 병을 의심하라

Jean2 2011. 11. 29. 14:01


우울증 환자의 꿈은 대부분 흑백… 약물 부작용 땐 ‘악몽’ 거듭

 

어떤 사람들은 “나는 전혀 꿈을 꾸지 않는다”고 우긴다. 어른이라면 꿈과 연관된 렘(REM)수면이 잠의 20~25%를 차지한다. 사람에 따라 꿈을 더 많이 기억하는지 또는 덜 기억하는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참고로 태아(胎兒)의 잠은 거의 꿈이고, 갓 태어난 아기의 잠은 절반이 꿈이다. 꿈은 어려서 중추신경계의 성장에 관여한다.

세상 모르고 자는 사람보다 자주 깨어나는 사람이 꿈을 더 잘 기억한다. 꿈꾸는 도중이나 꿈을 꾼 직후에 잠에서 깨면 꿈을 더 잘 기억한다. 심리적이고 애매한 현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철저히 논리적인 사람들보다 꿈을 더 잘 기억해 낸다.

꿈은 건강에 좋은 것인가? 꿈은 우리의 기억을 정리, 분류, 삭제, 저장하는 일을 한다. 쓰레기 같은 과거의 기억을 모두 지니고 살아야 한다면 인생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꿈 덕분에 그럴 필요는 없다. 꿈꾸는 것은 건강에 이롭다.

그러나 악몽(惡夢)은 고통스럽다. 꿈꾸는 사람이 위험에 빠지는, 무서운 꿈인 악몽은 아이들에게서 흔하고 어른에게도 가끔 나타난다. ‘삼풍백화점 사고’와 같은 스트레스 후에 나타나는 악몽은 현재의 경험과 과거의 나쁜 경험을 통합해 다소의 치료적 기능을 할 수 있다.

 

 

● '꿈 행동장애'는 일종의 병

 

꿈이 지나치게 많으면 병이 있을 가능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우울증이다. 숙면(熟眠)을 방해하는 수면장애가 있어도 꿈 회상(回想)이 늘어나서 꿈이 많다고 느낀다. 꿈의 세계에도 칼라 영상(映像)으로 꿈을 꾸는 사람과 흑백 영상으로 꿈을 꾸는 사람이 있다. 우울증 환자의 꿈은 대개 흑백이다. 내용도 부정적인 것이 많다.

꿈은 약물(藥物)의 영향을 받는다. 몸이 아파서 약을 먹는 환자가 자꾸 악몽을 꾸면 약물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꿈과 연관된 렘수면 발생을 억제하는 약물을 갑자기 끊으면 꿈이 크게 늘어난다.

뇌의 신경과 신경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인 아세틸콜린이나 도파민을 활성화하는 약물은 꿈에 시달리게 한다. 반면에 노어아드레날린을 활성화하는 약물은 꿈을 줄인다. 마음이 아픈 병인 우울증에서는 꿈이 매우 짙게 나타난다. 잠든 후에 첫 꿈이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고, 새벽보다 자정 무렵에 오히려 꿈이 몰려나온다. 우울증 치료제 가운데 일부는 꿈이 안나오도록 눌러버린다.

‘돼지 꿈’을 꾸고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사람들이 있다. 꿈이 과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나? 상반되는 설(說)이 있다. 하나는 꿈이 미래를 예측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 꿈속에 나오는 보편적인 상징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옳지 않다. 땅속으로 들어감, 안개 속으로 사라짐, 침묵 등이 반드시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배설물이 꼭 돈은 아니다. 기둥도 항상 남성 성기의 상징은 아니다. 또 다른 설은 꿈에서도 나올 정도로 평소에 몸바쳐서 노력을 했으니 그 일이 이루어진 것이 당연하다는 설이다.

대세는 꿈의 예측 능력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고, 있어도 일부 사람에게 속하거나 늘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보는 관점이다. 예측은 아니지만 꿈꾸는 내용을 동시에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있다.

‘꿈 행동장애’라고 하는 병으로 방치하면 매우 위험하다. 환자 자신이나 옆에 자는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다. 예를 들면 도망가는 꿈을 꾸면서 벽을 향해 전력 질주해 코가 내려앉거나 얼굴이 찢어진다. 꿈에서 강도와 싸우면서 부인의 팔을 부러뜨린다.

 

 

● 렘수면 뇌파, 각성상태와 비슷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마음을 읽어내는 도구로 꿈을 중요시하였다. 실제로 자신의 꿈을 분석해 많은 자료를 얻었다. 1900년에 발간한 ‘꿈의 해석’은 아직도 널리 읽히는 고전이다.

프로이트는 꿈을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王道)’라고 하였다. 정신분석학의 발전, 즉 자아심리학 대상관계이론 그리고 자기심리학의 발전에 따라 그 중요성이 다소 퇴색하였으나 지금도 꿈 분석은 정신분석의 큰 부분이다.

정량화가 가능한 측정, 기록, 분석의 과학적 대상으로 꿈을 보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의 일이다. 미국 시카고 대학의 대학원생이 인간의 잠을 연구하다가 마치 무엇을 보는 듯한 뇌파(腦波) 소견을 보이고, 무엇을 보는 듯이 눈을 빨리 움직이는 잠의 단계에 주목하였다. 이를 ‘눈을 빨리 움직인다’는 영어 표현의 머리글자를 따서 렘(REM)수면이라고 하였다.

뒤를 이어 다른 학생이 렘수면의 의미를 알기 위해 자원자를 렘수면에서 깨워 무슨 일을 했는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85%에서 방금 꾼 꿈을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렘이 아닌 잠에서는 약 5%만이 제대로 된 꿈을 기억한다. 꿈과 연관된 렘수면의 발견은 역사상 아주 획기적인 일로 올해가 50주년이다.

인간의 수면구조는 복잡하면서도 질서가 있다. 잠이 들면 제1, 2단계의 얕은 잠에서 제3, 4단계의 깊은 잠으로 갔다가 다시 얕아지면서 약 80~90분이 경과했을 때 첫 꿈을 아주 짧게 꾼다. 다음 꿈은 잠이 든 후 약 3시간 경과한 시점에 나타나 10분 정도 지속된다. 이렇게 1, 2, 3, 4, 그리고 꿈 단계 잠의 주기가 90~110분마다 하룻밤에 4~6회 나타난다. 렘수면에서는 뇌파와 눈의 움직임이 마치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하다. 다른 점은 힘쓰는 근육들이 거의 풀려 있다는 것이다.

 

 

● 꿈꿀 때 사고능력, 어린아이 수준

 

정신분석학에서는 꿈을 이렇게 이해한다. 꿈이 이해하기 어렵고 황당하게 보이는 이유는 제작과정에 일차성 사고(思考)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차성 사고란 아주 어린아이의 생각과 비슷하다. 시간의 개념이 없고 모순이 공존하며 비논리적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꿈인 발현몽(夢)의 원판은 잠재몽이다. 잠재몽을 발현몽으로 ‘인화(印畵)’해 내는 작업이 ‘꿈 작업’이다.

잠재몽의 재료로는 꿈꾼 사람의 최근 기억인 ‘낮의 잔재물’이 있다. 잠자는 도중에 받는 자극도 중요하다. 소변이 마려울 때 ‘폭포 꿈’을 흔히 꾼다. 끝으로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던 추억과 갈등이 재료가 된다. 이 모든 것이 섞여 잠재몽을 만든다. 꿈에서는 근육의 힘이 거의 풀려 행동이 아닌 이미지로 표현된다.

잠재몽 내용이 감당하기 거북하면 꿈 작업이 일어난다. 응축, 옮김, 상징화를 써서 감당할 정도로 위장한다. ‘응축’은 여러 생각이나 감정이 합쳐져 하나가 되는 것이다. ‘옮김’은 한 물건이나 사건의 특성을 다른 것에 옮기는 것이다. 상징화는 쉽게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꿈은 초자아(超自我ㆍ마음 속의 양심, 도덕에 해당)의 눈을 피해 표현된다. 그리고 내용 전개가 부족하면 ‘이차 개정(改定)’이 시작된다. 영화를 시사회 전에 최종 편집하는 것과 같다. 전의식(前意識ㆍ무의식과 의식의 중간세계)과 의식에서 평소 사용하는 이차성 사고, 즉 논리적 사고가 개입해서 개연성이 높게 만들어낸다.

꿈과 밀접하게 연관된 정신분석 이론인 자아심리학은 마음의 작용을 이드(Id), 자아, 초자아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전에는 마음을 의식, 전의식, 무의식의 세계로 나누고 주로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갈등에 초점을 두었다.

이 틀로는 무섭거나 시달리는 꿈이 어떻게 욕구를 충족시키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이드는 욕구의 저장고이다. 욕구가 꿈속에서 즉시 충족되도록 꿈이 만들어져도 초자아의 검증을 받아 충족 정도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아는 꿈의 질서를 유지한다. 초자아는 양심과 도덕을 발동시켜 금지된 욕구에 관한 죄책감, 후회, 처벌을 꿈속에 도입한다. 꿈은 이드, 자아, 초자아 사이의 타협의 산물이다.

‘꿈 해석’으로 꿈꾼 사람의 무의식 세계에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정신분석 훈련을 받은 전문가의 몫이다. 발현몽에서 잠재몽 그리고 잠재몽의 내용인 갈등, 욕구 등을 추출해내는 일이다. 일단 꿈의 내용을 파악하면 환자의 상태에 맞추어 해석해 준다. 해석은 기억, 환상, 연상, 꿈속에 나타난 무의식의 조각들을 맞추는 일이다.

 

 

● '꿈의 해석' 환자 치료에 중요

 

꿈은 매우 의미 있는 심리현상이고 이해와 해석이 치료적으로도 중요하다. 그것이 정신분석학의 입장이다. 1977년 하버드 의대 수면연구자들이었던 홉슨과 매컬리는 이에 대해 거세게 도전하였다.

‘활성ㆍ합성 가설(假說)’을 발표하고 뇌간(腦幹)에서 발생한 의미 없는 전기신호들에 전뇌(前腦)가 단순히 그럴 듯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 꿈이라고 하였다. 쉽게 말해 모든 꿈은 ‘개꿈’이라는 말이었다. 정신분석학계는 분노와 당황함을 감출 수 없었다.

최근 정신분석학과 신경과학을 모두 공부한 솔름즈가 홉슨과 매컬리의 가설을 본격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단순한 이론이 아닌 약물, 신경심리학, 방사선을 이용한 실제 연구에 근거를 둔 것으로, 뇌간에서 생성되는 렘수면이 꿈 생성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으나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뇌가 도파민을 관여시켜 중재해야만 꿈이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꿈 시동 스위치’와 ‘렘수면 시동 스위치’는 각각의 위치와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다르다고 하였다.

홉슨과 매컬리의 주장과 달리 뇌간이 보조적이고 전뇌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신활동의 중추가 있는 대뇌피질이 꿈 생성에 관여하고, 피질과 떨어져 있는 뇌간의 역할은 원시적 수준의 렘수면 생성에 그친다는 말이다. 이제 이러한 주장은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 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위의 이론은 렘수면이 아닌 잠에서도 꿈을 꿀 확률이 5% 정도 되는 점을 당장 설명해준다. 프로이트가 오래 전에 예측한, 꿈과 마음을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연구하는 주요 방법론인 정신분석학의 뇌과학적 뿌리가 밝혀질 날이 눈앞에 점점 다가오고 있다.

 

(정도언 서울대의대 교수ㆍ정신과) 

 

 

 ● 꿈에 대한 해석

 

눈썹 희어지면 '출세… 눈썹 빠지면 '질병'
 

꿈을 꾼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꿈을 꾸었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생각이 첫째이고 또 하나는 그날의 길흉에 대해 예상을 해 보는 것이다. 이미 잠자는 시간의 일정 부분을 누구나 꿈꾼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져 있어 길흉에 대한 꿈의 예상 기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전해 오는 해몽법(解夢法)이 있어 미래에 대한 예언적 의미를 이야기해 왔다.

돼지나 물고기를 잡는 꿈, 똥을 밟는 꿈 등은 대표적인 횡재(橫財)의 꿈이다. 요즈음같이 복권이 풍부한 때는 특히 그 진위 여부가 관심거리이다. 머리를 뭔가로 장식하거나 머리가 크고 길게 나타나면 역시 사업이 번창하거나 행운을 얻는 꿈이다. 그러나 머리가 작아지는 꿈은 운수 불길해 흉몽(凶夢)에 속한다.

눈썹이 희어지면 출세를 예상케 하나 눈썹이 빠지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수염이 길게 보이는 것은 부자가 된다는 예언이다. 이러한 해몽은 수염이나 두발은 신성하고 주술적인 힘이 있다고 믿는 다른 민족의 유사한 생각과 관련이 있다. 운동선수들이 수염을 깎지 않고 경기장에 나가는 행위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특히 신체와 관련된 길몽(吉夢)ㆍ흉몽이 많은데 목, 코, 이에 대해서는 흉몽이 많고 다른 기관은 흉몽과 길몽이 반반이다. 입이 크면 재물을 얻게 되나 입이 상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예언적 의미를 예로 들 수 있겠다.

태몽(胎夢)도 예언적 기능이 있어 용, 햇님, 여의주, 나비, 거북이, 장독을 보면 득남(得男)한다고 미리 좋아하곤 했다. 이와 같이 예로부터 전해오는 해몽법은 그 꿈을 꾼 사람의 경험이나 현재 상황과 관계없이 길흉을 점쳐 준다는 특징이 있으며 다분히 미래지향적이다.

그러나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의 의견은 이러한 해몽법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는 꿈은 어려서 이루지 못했던 바람이 무의식 속에 쌓여 그것이 어떤 형상을 갖고 나타난 것으로 보았는데 꿈의 상징성에 무게를 두었다. 특히 성적(性的)인 상징을 과감히 주장해 우산, 기둥, 버섯, 칼, 총, 물꼭지, 뱀 등이 남근(男根)을 상징한다. 동굴, 골짜기, 아궁이, 난로, 방, 조개, 복숭아 등은 여성의 성기를 상징한다고 했다.

이러한 성적 상징들에 대해 비판이 많은 것이 사실이나 실제로 분석을 통해 경험해 보면 어떤 민족이나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성적 상징이 있다고 믿는 것이 정신분석의 요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 꿈을 해석할 때는 꿈을 꾼 당사자가 그 꿈에 나타난 것에 대해 연상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취급하며 개개인의 삶의 경험을 중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가령 A라는 사람이 꿈에서 칼을 갖고 다른 사람과 싸웠을 때 생각해 내는 것과 이와 유사한 꿈에 대해 B라는 사람이 생각해 내는 것이 같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전래의 해몽법에 비해 과거지향적이고 개인 특유의 경험을 중시한다는 차이가 있겠다.

 

 

(김현우 단국대의대 교수ㆍ정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