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의 眞한 이야기/Jean의 眞한 이야기

J.S.에게 J가

Jean2 2011. 5. 18. 11:13

"미쳤다고 해도 좋아."
완이 차창 밖으로 겹겹이 늘어선 차를 향해서인지, 자기 자신에게인지, 모를 말을 툭 내뱉었을 때 은서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완 대신 완이 바라보는 반대편의 줄지어 선 차량을 바라봤다.
"아니, 미칠 것 같아."
완은 운전대에 내려놓았던 손으로 반대편을 바라보는 은서의 얼굴을 돌려세웠다.
"네가 세와 함께 밥을 먹고 세와 함께 잠을 자고 한다는 걸 생각하면 가슴속에서 불덩이가 솟아올라. 네가 세의 아이를 낳아 기른다면 아마 내 가슴은 터지고 말 것이다."
은서는 힘겹게 완을 쳐다봤다. 나도 그랬었지. 너와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나를 슬프게 했던 게 그것이었어. 네가, 다른 여자와 밥을 같이 먹고, 그 여자와 샤워기를 같이 쓰고, 그 여자와 함께 자겠거니, 생각하면 가슴속이 타는 것 같았지. 그보다 더 나를 슬픔 속으로 밀어 넣었던 건 네가 그 여자와 함께 아이를 낳을 거란 것이었지. 너의 아이를 다른 여자가 낳다니, 생각만으로도 미칠 것만 같았어.

 

- 신경숙 '깊은 슬픔' 中에서 -

 

 

남자와 여자의 (보편적인) 차이점

 

남자는 (헤어질) 여자의 과거를 -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던 과거의 모습을 - 질투하고, 여자는 (헤어진) 남자의 미래를 - 자신의 남자가 다른 여자를 품고 있을 미래의 모습을 - 질투한다.

 

남자와 여자의 (보편적인) 공통점

 

남자는 (헤어진) 여자의 현재를 - 자신의 여자였던 여자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현재의 모습을 - 질투하고, 여자는 (헤어진) 남자의 현재를 - 자신의 남자였던 남자 품에 다른 여자가 안겨 있는 현재의 모습을 - 질투한다.

 


J.S.에게


그러나 난 네 현재 모습도 미래의 모습도 질투하지 않는다. 하늘이 내게 감당하기 벅찬 아픔을 주셨지만, 더 처절한 슬픔도 고통도 원망하지 않고 감수할 것이다. 너만 행복할 수 있다면……. 네게는 '내가 준 아픔' 외에는 어떤 불행도 뒤따르지 않으면 좋겠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아니, 사랑했다. - J가

 

2009.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