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의 眞한 이야기/Jean의 眞한 이야기

또 한 별이 지고….

Jean2 2011. 5. 16. 22:06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슬픔을 그녀는 홀로 감당해야 했다.

 

밤샘작업을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막 들려는데 휴대전화기가 다급하게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해 4월부터 상담을 받아왔던 그녀의 부친께서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시고 별세하셨다는 급보. 작년 11월 함께 저녁을 드셨을 때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고 지난달 전화통화의 목소리도 귓가에 생생한데…. 당신을 살리고자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은 그녀의 지극 정성을 왜 하느님은 또 외면하신 걸까. 위로의 말을 찾고자 애썼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두어 시간 선잠을 자고 나서 시집을 간 옛 제자가 들고 온 전복죽을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인 사랑하는 친구와 몇 술 뜨고 포항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친구는 태안 병원으로 치료차 떠나던 길인데 부음을 전해듣고 먼 길을 동행하기로 했다.

 

몇 개의 신호등을 무시하면서까지 질주해서 광명역에 주차하고 출발 전에 예약한 KTX에 서둘러 몸을 싣고 나니 발차 40초 전이었다. 오늘따라 KTX의 속도가 더디게 느껴졌다. 동대구에 도착하니 만개한 벚꽃이 눈발처럼 휘날리고 있었는데 감상할 겨를도 없이 택시를 잡아타고 동부정류장으로 향했다. 10분마다 출발하는 포항행 무정차 버스에 오르기 전에 된장찌개로 요기하고 체증 없이 달려주기를 바라며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한 40분간은 무리 없이 질주했는데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가 발생해 하행차선이 밀리기 시작했다. 간신히 빠져나가 예정시간보다 10여 분 늦게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니 예전의 밝던 모습을 상실한 그녀가 남동생과 함께 마중 나와 있었다.

 

고인께서 지난달까지 마지막 힘을 다해 몰고 다니셨던 자가용차로 달려간 곳은 빈소가 아닌 바다와 포항제철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였다. 자정이 되도록 대화를 나누면서 - 같은 아픔을 먼저 겪은 나와 친구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 슬픔을 덜어줄 표현을 부지런히 찾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시울은 내내 젖어 있었다.

 

200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