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지난 시각에 그녀를 배웅하고 가슴을 에는 듯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어두운 해변을 등대처럼 밝혀주는 모텔들을 따라 무거운 걸음을 옮기다가 해변이 끝나는 지점에서 외로운 빛을 발하는 모텔에 들어섰다. 01:00 AM.
피로감이 밀물처럼 밀려왔지만, 자명종이 공 오시 사십 분을 알릴 때까지 천사만려로 전전불매하다가 간단히 세수하고 빵과 두유로 요기하고 모텔을 나섰다. 06:55 AM.
길을 몰라 택시를 잡아탔는데 간밤에 영안실 방향으로 꽤 먼 거리를 걸은 덕에 1분 만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도보로도 5분이면 닿을 거리인 듯싶다.
영정도 없이 위패만 모신 빈소에는 촛불도 밝혀져 있지 않았고 개봉도 하지 않은 향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고인의 유언대로 부음을 알리지 않아 그녀 남동생의 여섯 친구와 나와 친구 외엔 조문객이 없었다. 내가 먼저 분향하고 큰절을 두 번 올리고 나서 상주와 상주의 친구들이 뒤를 이었다. 오열 속에서 장례는 간소히 치러졌고 영구는 미니밴에 실려 시립화장장으로 운구되었다.
한줌의 재가 되어 나오기까지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그녀는 수차례 실신 지경에 이르렀는데 나는 그저 그녀를 지켜주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슬픔을 그녀는 홀로 감당해야 했다.
20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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