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가 지방간, 간염, 간경변 및 간암 등을 일으켜 간에 나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췌장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심지어 췌장이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 지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1800년대에 와서야 비로소 췌장이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장기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췌장의 기능이 이렇듯 늦게 밝혀진 이유는 인체에서 가장 깊숙히 위치하여 접근하기가 어려운 장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재에도 췌장질환의 진단은 그다지 쉽지 않다. 췌장의 기능은 외분비와 내분비로 나뉘어 지는데, 외분비의 기능은 소화효소를 분비하고 십이지장내로 들어온 위산을 중화시키기 위한 중탄산염을 분비하는 것이며, 내분비의 기능은 대표적인 예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만드는 공장이 있다.
췌장의 3대 질환은 급성 췌장염, 만성 췌장염 및 췌장암인데, 이 모두에서 음주가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갑자기 발생하는 심한 복통, 메스꺼움, 구토 등이 주증상인 급성 췌장염은 약 70 ~ 80%가 음주나 담석증에 의해서 발생한다. 알코올에 의한 급성 췌장염은 음주력이 보통이 넘는 사람에서 주로 발생하게 되는데, 이미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췌장에 만성적인 변화, 즉 만성 췌장염이 동반되어 있다고 하니 알코올에 의한 급성 췌장염으로 진단 받았던 분들은 만성 췌장염의 진행을 막기 위해서 절대적인 금주가 필요하겠다.
만성 췌장염은 지속적인 염증 반응에 의해 췌장이 쪼그라들고 딱딱해지며, 경우에 따라서는 췌관내에 돌(췌석)이 생기는 불치의 병으로서 간에서는 간경변에 해당한다. 만성 췌장염은 급성 췌장염에 비해 알코올과 더 관련이 깊어 약 60 ~70%가 음주에 의해 발생된다. 술의 종류나 마시는 방법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췌장암은 진단 받은 지 1년 이내에 대부분의 환자가 사망하게 되는 매우 치명적인 병이다. 미국에서는 암사망 원인의 4 ~ 5위를 차지하고, 우리나라에서는 10 ~ 12위를 차지한다. 췌장암은 흡연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으나, 알코올과도 무관하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술은 분명히 우리의 삶을 윤택하고 활력 있게 하는 없어서는 안될 삶의 요소이다. 문제는 술 자체가 아니라 술을 다스리는 방법에 있는 것이다. 술을 마시는 문화가 서구와 우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즉 서양 사람들은 혼자서 마시는 경우가 많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럿이 모여 폭주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결국 경쟁 사회로 발전하다 보면 우리도 서구의 경향을 따라가게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혼자서 자주 마시는 것이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첩경인 데, 이 문제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므로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한시적인 격리 수용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하겠다. 즉 환자 자신이 순순히 응하는 경우는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강제적으로라도 입원시켜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환자와 가족을 위해서 최선일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술을 먹어야 하는 접대문화, 술 강권 문화는 반드시 사회적 차원에서 퇴출시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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