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의 眞한 이야기/에피소드

Episode 43 - In Korea (8)

Jean2 2013. 11. 10. 16:08


또 한 별이 지고….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슬픔을 그녀는 홀로 감당해야 했다.


밤샘작업을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막 들려는데 휴대폰이 다급하게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해 4월부터 상담을 받아왔던 그녀의 부친께서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시고 별세하셨다는 급보. 작년 11월 함께 저녁을 드셨을 때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고 지난달 통화하셨을 때의 목소리도 귓가에 생생한데…. 당신을 살리고자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은 그녀의 지극 정성을 왜 하느님은 또 외면하신 걸까. 위로의 말을 찾고자 애썼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두어 시간 선잠을 자고 나서 시집을 간 옛 제자가 들고 온 전복죽을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인 사랑하는 친구와 몇 술 뜨고 포항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친구는 태안 병원으로 치료차 떠나던 길인데 부음을 전해 듣고 먼 길을 동행하기로 했다.


몇 개의 신호등을 무시하면서까지 질주해서 광명역에 주차하고 출발 전에 예약한 KTX에 서둘러 몸을 싣고 나니 발차 40초 전이었다. 오늘따라 KTX의 속도가 더디게 느껴졌다. 동대구에 도착하니 만개한 벚꽃이 눈발처럼 휘날리고 있었는데 감상할 겨를도 없이 택시를 잡아타고 동부정류장으로 향했다. 10분마다 출발하는 포항행 무정차 버스에 오르기 전에 된장찌개로 요기하고 체증 없이 달려주기를 바라며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한 40분간은 무리 없이 질주했는데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가 발생해 하행차선이 밀리기 시작했다. 간신히 빠져나가 예정시간보다 10여 분 늦게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니 예전의 밝던 모습을 상실한 그녀가 남동생과 함께 마중 나와 있었다.


고인께서 지난달까지 마지막 힘을 다해 몰고 다니셨던 자가용차로 달려간 곳은 빈소가 아닌 바다와 포항제철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였다. 자정이 되도록 대화를 나누면서 같은 아픔을 먼저 겪은 나와 나의 죽마고우는 슬픔을 달래줄 표현을 부지런히 이어갔지만, 그녀의 눈시울은 내내 젖어 있었다.


자정이 지난 시각에 그녀를 배웅하고 가슴을 에는 듯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어두운 해변을 등대처럼 밝혀주는 모텔들을 따라 무거운 걸음을 옮기다가 해변이 끝나는 지점에서 외로운 빛을 발하는 모텔에 들어섰다. 01:00 AM.


피로감이 밀물처럼 밀려왔지만, 자명종이 공 오시 사십 분을 알릴 때까지 천사만려로 전전불매하다가 간단히 세수하고 빵과 두유로 요기하고 모텔을 나섰다. 06:55 AM.


길을 몰라 택시를 잡아탔는데 간밤에 영안실 방향으로 꽤 먼 거리를 걸은 덕에 1분 만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도보로도 5분이면 닿을 거리인 듯싶다.


영정도 없이 위패만 모신 빈소에는 촛불도 밝혀져 있지 않았고 개봉도 하지 않은 향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고인의 유언대로 부음을 알리지 않아 그녀 남동생의 여섯 친구와 나와 나의 친구 외엔 조문객이 없었다. 내가 먼저 분향하고 큰절을 두 번 올리고 나서 상주와 상주의 친구들이 뒤를 이었다. 오열 속에서 장례는 간소히 치러졌고 영구는 미니밴에 실려 시립화장장으로 운구되었다.


한 줌의 재가 되어 나오기까지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그녀는 수차례 실신 지경에 이르렀는데 나는 그저 그녀를 지켜주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슬픔을 그녀는 홀로 감당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