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둘에 조건 하나, 상처 넷에 조건 둘.
그 많은 아픔을 겪기 전엔 전부 불필요한 조건들이었다.
누군가 내 프로파일의 '까다로운' 이상형을 읽어보고 나서 자신의 자막대기로 내 아픔을 재었다.
"님은 진정한 사랑을 해보지 못한 사람이에요. 진정한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런 조건은 다 불필요한 것이죠."
과연 그럴까? 나의 신도 아니면서 그렇게 자신할 수 있을까? 내 가슴의 마지막 부분까지 갈기갈기 찢겨 피로 물든 강물이 바다를 이루기까지, 하늘도 믿지 못해 창을 굳게 닫고 빗장을 지르기까지 내가 감당해온 숱한 아픔을 얼마나 알고 있다고 진단을 내리는 것일까? 정작 진정한 사랑을, 숭고한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도 그리 간단명료하게 정의를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한 달 동안 - 요즘 세상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 누군가와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 죽마고우의 얼굴 한번 보기조차 쉽지 않을 만큼 바쁜 내가 그와의 만남을 위해서는 매주 반나절의 시간을 아낌없이 비워두었다. 늘 느끼는 부분이지만 큰 그릇이 넘쳐흐르는 이는 겸손해서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배려를 아끼지 않는데 작은 그릇마저 채우지 못한 이는 자만에 빠져 속단하고 자신의 사고가 진리인 양 경솔한 충고를 서슴지 않는다.
또 하나의 타산지석.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에 빠진 독수리에게 하늘의 크기를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너>가 아니고 <나>이기에 <나>의 관점에서 <너>를 고찰하다 상처를 준 적은 없는지 반성해본다.
상처 둘에 조건 하나, 상처 넷에 조건 둘 추가.
여자들마저도 이해할 수 없는 여자들만 만나 박복한 사랑을 해온 탓에 추가되어온 조건들이지만 적어도 절반의 조건을 양보한 만큼 배의 아픔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니 모르면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분명한 사실은 그 많은 아픔을 겪기 전엔 전부 불필요한 조건들이었다는 것이다.
사랑하고 싶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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