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꿈은 꿀 수 있지만 아무나 꿈을 이룰 수는 없다.
100미터를 17초에 '가까스로' 완주하던 친구가 있었다. 남자 치고 꽤 느린 속도였다. 그는 태권도 유단자였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달렸지만 17초 벽을 끝내 허물지 못했다.
100미터를 12초에 '가볍게' 완주하던 친구도 있었다. 그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식탐이 많아 약간 뚱뚱한 체구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매일 달리는 친구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결승점을 밟을 수 있었다.
음치에 박치이기까지 한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그는 성악가가 되고자 결심했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자신의 무능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다. 더는 아무도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까지…….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각기 다른 능력을 부여받았다. 따라서 '하면 된다.' '불가능은 없다.' 따위의 말은 융통성 있게 해석해야 한다.
공포의 외인구단이 - 물론 외인구단은 만화 속의 인물들이지만 - 단지 4년 동안 지옥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강팀이 될 수 있었을까? 아니다. 그들에게는 적어도 100미터를 12초 내에 완주할 수 있는 뛰어난 소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5년간 나는 많은 제자를 외국대학에 합격시켰지만, 또한 적지 않은 제자들을 낙오자로 만들었다. 내 열정이 부족하다거나, 그들이 게으르다거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타고난 능력의 차이 때문이었다.
이솝 우화에는 게으른 토끼와 부지런한 거북이만 등장하지만, 현실 속에는 6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1. 최상위 그룹 - 부지런한 토끼
2. 상위 그룹 - 게으른 토끼
3. 중위 그룹 - 부지런한 거북이
4. 중하위 그룹 - 게으른 거북이
5. 하위 그룹 - 부지런한 달팽이
6. 최하위 그룹 - 게으른 달팽이
그리고 게으른 토끼와 부지런한 거북이, 또는 부지런한 달팽이의 수는 많지 않다는 - 토끼는 대부분 부지런하고 달팽이는 대부분 게으르다는 - 사실을 환기하고 싶다.
상위 그룹의 토끼들은 '칭찬'을 '과대평가'나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해석하고 '조언'을 여과 없이 수용하는 데 반해 하위 그룹의 달팽이들은 진심 어린 충고를 '과소평가'로 오인하고 큰 뜻이 담긴 '조언'은 한낱 잔소리로 전락시킨다.
최근 몇 해 동안 내 진단과 조언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외국에 나가 '실패한' 제자들이 몇 명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는 그들의 친구들, 혹은 선배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데도 (⇒ 게으른 토끼라고 생각) 미국 대학에 합격했고 잘하고 있으니, 자신들도 열심히 하면 (⇒ 부지런한 거북이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고 있던 게으른 토끼는 역시 부지런한 토끼였고, 자신들은 '앞으로' 부지런한 거북이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지만 '여전히' 게으른 달팽이를 벗어나지 못한다. - 습관은 제2의 천성
신념은 기적을 낳는다지만, 최소한의 소질이 있어야 가능하고 하늘을 감동하게 할 노력이 뒤따를 때나 일어나는 것이다. 박경○씨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세계적인 성악가가 될 수 있겠는가? 한민○씨의 깡마른 체구로 장미란을 능가하는 역사가 될 수 있겠는가?
내가 '어려운' 진실을 밝혀 누군가에게 본의 아닌 상처를 줄 때는 좌절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더 부지런히 달리지 않으면 낙오하고야 마는 냉정한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함이다. 부지런한 토끼는 '매일' 10km를 달리고도 만족하지 못하는데 게으른 달팽이는 '어쩌다' 1km를 달리고도 행복해하니 말이다.
누구나 노력하면 발전한다. 그건 진리이다. 그러나 달팽이의 최고 속도(시속 23.3cm)로 쉬지 않고 달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는 545년이 소요된다는 사실 또한 진리이다. 따라서 부지런한 달팽이라도 게으른 토끼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 그렇다고 게으른 달팽이로 살아가겠는가?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야 한다.
누구나 달릴 수는 있지만, 아무나 칼 루이스처럼 빨리 달릴 수는 없다.
* Carl Lewis : 84년 LA 올림픽 100m (9초99), 200m, 400m, 멀리뛰기 4관왕
- 칼 루이스 이후 아사파 파월이 9초77, 다시 저스틴 게이틀린이 9초76으로 100m 세계신기록 수립
허황한 꿈은 접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목표를 세워 정진해야 할 것이다.
200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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