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면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이라고 함부로 단정 짓지 말라! 눈물샘이 말라붙어 사막이 되도록 더는 흘릴 눈물이 남아 있지 않을 만큼 큰 아픔을 겪었을지 어찌 알 수 있으랴!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남이 자기를 간섭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이기주의)
남의 참견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도 남을 간섭하지 않는다. (개인주의)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전자와 후자는 분명히 의미가 다르다. 전자의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해서 그의 - 겸허하지 못한 - 조언이나 충고를 감사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한 자주 충돌을 일으켜 외톨이가 되는 일이 수다하고, 후자의 사람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동등하게 여겨 자신이 싫어하는 것은 타인에게도 피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므로 필요 이상의 간섭을 하지 않는다. 그건 무관심과는 의미가 다르다. 얼핏 보기에는 전자의 사람이 더 정이 많은 것 같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사람에게 묵묵히 다가가 그의 슬픔을 보듬고 그를 위한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는 따뜻한 가슴은 전자보다 후자의 사람에게 많다. 아니, 많았다. 적어도 내 경험상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지만 반면에 천 냥 빚을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각하는 이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의 언어는 단순한 의사표시의 차원을 넘어 감정까지 포함하고 있는 복잡 미묘한 것이어서 때로는 한마디의 말이 비수가 되어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원수'로 돌변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말실수로 말미암은 채무를 짊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사고방식을 소유하고 있는지, 또는 그에게 어떤 아픔이 있는지 사유(思惟)하는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그>가 아니므로 완전한 역지사지란 사실 어려운 것이고, 따라서 정확히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면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것이 <나>와 동시에 <그>의 인격을 모독하지 않고 상처를 주고받지 않는 현명한 처세술이다.
- 2005년 8월 16일 자 Jean의 眞한 이야기에서 발췌 -
남의 말은 참 쉽게도 한다. 위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위로에도 논리가 필요하고, 요령부득한 경우에는 침묵을 지키는 것만 못한 결과가 초래된다. 동병 이상의 고통을 겪어본 사람들은 작은 위로도 조심스레 하는데 더 조심성이 수반되어야 하는 큰 충고나 조언을 유사한 경험도 해본 적이 없는 이들이 서슴지 않고 토로한다.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사연의 많고 적음과 강약은 사람마다 다른 것이니 잘 알지 못하는 남의 얘기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 2006년 2월 20일 자 Jean의 眞한 이야기 '우자의 조언'에서 발췌 -
슬픔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아픈 것인지 아는 이들은 벗의 애완동물의 죽음에도 슬퍼하고 위로가 될 말을 찾아내려 애쓰지만, 찾지 못한다. 그러나 모르는 자들 - 그것이 정확히 어떻게 생긴 것인지 묘사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자들 - 은 슬픔에 대한 정의까지 내리고 상가(喪家)에서도 -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지는 못할망정 - 상주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무분별한 언행을 일삼는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단순한 사고(思考)는 단순히 살아온 삶에서 연유하는데 그들은 마치 세상의 모든 고통, 슬픔을 다 알고 있고 이미 다 경험해온 것처럼 말한다. 죽음보다 슬픈 사연(들)이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할 수 있는 No Brain Survivor는 더욱이 없다.
잡초밭에 우뚝 서 있는 잡초는 자신의 키가 가장 큰 줄 알지만, 거목 아래에서는 한낱 바닥에 깔린 잡초에 불과한 것을, 우물 속에서 바라볼 수 있는 하늘은 고작 우물 크기의 작은 하늘이 전부인 것을 아는 바보는 없다. 편협의 의미를 모르는 자들이 편협이란 단어를 남용하고 오용하는 것은 또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 2006년 3월 31일 자 Jean의 眞한 이야기 '타산지석 1'에서 발췌 -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에 빠진 독수리에게 하늘의 크기를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너>가 아니고 <나>이기에 <나>의 관점에서 <너>를 고찰하다 상처를 준 적은 없는지 반성해본다.
- 2007년 12월 11일자 Jean의 眞한 이야기 '진정한 사랑? 그게 뭔데?'에서 발췌 -
2009.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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