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 자주 받는 질문이지만 - 이렇게 물었다. "당신의 삶에 만족하세요?" (* 그녀 역시 내 삶을 부러워하던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보통 - 대화 상대를 가리므로 - "아니오." 정도로만 답하지만, 내가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숱한 질문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만일 당신이 청운의 뜻을 품고 명문대에 입학한, 아니, 과거시제로 바꿔서, 입학했던 야심 만만한 의학도였고 당신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한 적이 없는 성실한 사람이었는데 불가피한 사정들로 말미암아 꿈을 접어야 했다면, 당신은 당신의 삶에 만족할 수 있나요? 당신은 최고의 의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병원 청소부로 전락했다면, 그래도 만족할 수 있나요? 상황이 더욱 악화하여서 더 많은 병원을 돌며 청소를 해야 한대도 당신은 행복할 수 있나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을 분석하다 보면 사람들을 크게 3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제1그룹은 이미 같은 아픔을 겪어온 사람들이다. 1그룹의 사람들과는 소위 공감대라는 것이 형성되어 무리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제2그룹의 사람들은 같은 아픔은 겪어보지 못했지만, 제삼자들을 통한 간접경험을 많이 해서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또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무리이다. 종종 2그룹의 사람들과의 대화가 - 마치 동병상련하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 원활할 때가 있는데 그건 1그룹의 사람들보다 상대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기 때문일 것이다.
1그룹의 사람 중에는 - 특히 고난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일수록 - 독불장군이 많아서 타인의 의사는 존중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울 때가 잦다. 이런 경우엔 대화가 진전되지 못하고 타협의 여지도 없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미 자포자기에 빠져서 '나도 이 나이가 되도록 성공하지 못했으니 당신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따위의 부정적인 가치관을 상대에게 주입하려 애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제3그룹은 늘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앞서 말한 의학도 출신의 병원 청소부에게 이런 말도 서슴없이 한다. "왜 하던 공부를 마저 하지 않고 청소나 하고 있나요? 당신은 참 어리석군요."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런 거라고 변호할 수도 있겠지만, 물정을 잘 알지 못하는 건 2그룹도 마찬가지다. 3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에겐 세세한 부연 설명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그들을 이해시키고자 괜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종극에는 자존심만 상할 것이다.
'맨주먹으로 살아왔다.'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무리는 제1그룹밖에 없지만 1그룹도 완전하지 못해서 절망을 안겨주고 같이 신세 한탄을 할 '동지'를 구하는 이도 종종 접하는데 나는 그들을 동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제2그룹에는 겸허한 자세로 상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이 체험하지 못한 세계를 배우고자 하는 건설적인 사람들이 많지만 반면에 우유부단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줏대가 너무 강해도 문제가 되지만 우유부단함도 적지 않은 문제들을 야기해서 큰일을 도모하기 어렵다.
제3그룹은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라고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상기했지만 그들의 성격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저 좋은 운명을 타고나서 힘들게 살지 않아도 별걱정 없이 사는 무리이기에 물정을 모르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많아서 내가 가까이 지내는 사람 중에도 3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만사가 뜻한 대로만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노숙자 출신의 CEO도 존재하는 세상이니 지금 1그룹에 속해있다고 절망할 필요도 없고 3그룹에 속해있다고 오만해서도 안 될 것이다. 실제로 내게 도움을 청하러 왔던 숱한 사람 중에는 1, 2그룹보다 3그룹이 가장 많았고 부귀영화를 누리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때의 고통은 극복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 MSN 홈피를 운영할 때도 - 많은 사람이 피상적인 모습만으로 판단을 내려 본의 아니게 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날 시기하는 무리까지 생겨서 도마 위에 오른 생선이 되었으니 그동안 가슴 깊숙이 쌓아만 두고 드러내지 못했던 진실을 공개 다이어리를 통해 일부나마 고백하고자 한다.
200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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