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s Album/Cambodia

<캄보디아> 페크데이의 조카딸 쓰레이가

Jean2 2010. 8. 12. 01:46

 

페크데이의 누나는 프놈펜에서 알아주는 make-up artist이다. 그녀 덕분에 그녀가 몸담은 Beauty Shop의 사장은 앉아서 큰돈을 버는데 그녀가 받는 수당은 생계를 꾸리기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다.

 

캄보디아에 불어닥친 한류열풍은 노래와 드라마, 영화만 바꾸어 놓은 것이 아니라 이들의 정신까지 개조하고 있는 듯하다. 즉, 한국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일하면 부자가 된다고 생각하고, 부유층의 자녀는 한국의 연예인처럼 옷을 입고 머리를 가꾸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이들이 찾는 옷을 들여와 판매하면 어떨까 해서 범위를 좁혀 조사해보니 아직은 시기상조라 가게 세도 안 나올 것 같다. 이미 문을 닫은 옷가게도 많고 많은 가게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을 받아 화려한 옷을 사고 몸치장을 하느라 하루 만에 돈을 다 써버리는 필리핀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르므로……. 페크데이만 하더라도 한 번도 새 옷을 사서 입은 적이 없으니….

 

캄보디아도 별 소득 없이 철수해야 하는가 낙심하다가 페크데이가 제시하지 않은 다른 묘안이 떠올라 그의 의견을 물었다.

‘페크데이의 누나를 독립시켜 새로운 Beauty Shop을 오픈하고 그 안에서 계획했던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면 고정수입과 부수입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내 제안이 페크데이의 누나를 잠 못 이루게 했다고 전해 들었고, 페크데이는 영원히 나를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마침 페크데이의 누나가 몸담은 가게가 매물로 나와 달려갔지만, 가게를 넘기려던 사장은 내가 한국인임을 알고 그 자리에서 변심해 동업을 제안했다. 동업하면 자본이 덜 들어가고 기존 고객이 많아 당장은 큰돈을 벌 수 있겠지만,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거절하고, 페크데이의 어림셈을 참고해서 내가 계산한 액수에 맞는 가게를 알아보라 명했다.

그러나 그의 누이가 며칠 동안 가게를 찾아 헤매다가 기껏 선택한 자리가 변심한 사장의 가게였고, 사업경험이 없는 페크데이의 견적액으로는 가게를 인수하지도 못할 판국이었다. 그의 견적에서 빠진 액수를 더하니 내가 명한 액수의 1.5배가 되었고, 그 돈도 부족함을 - 실제로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항상 세부 견적보다 많은 액수가 지출됨을 - 설명하자 녀석이 무안해 고개도 들지 못한다.

시골에서 올라오신 그의 어머니와 페크데이 누나의 동료까지 와서 지켜보는 자리에서 내가 확답을 내리지 않고 생각에 잠기자 그의 어머니께서 부족한 돈은 어떻게든 융통해볼 테니 내가 애초에 생각했던 액수만 투자해줄 수 없겠느냐고 묻는다. 이어 그의 누이가 내 제안을 듣고 희망에 들떠 며칠 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이 끔찍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겐 너무 큰 액수라 엄두도 낼 수 없다고, 나의 투자가 절대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적셨지만, 그녀의 눈이 붉어지기 전에 이미 내 마음을 굳혔다.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해줄 이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노라고…….

 

페크데이의 조카딸 쓰레이가의 표정은 언제나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