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의 眞한 이야기/Jean의 眞한 이야기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단다!

Jean2 2017. 7. 27. 10:08

 

 

 

세상에는 - 군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속어를 빌리자면 - 'ㅈ'도 모르면서 아는체하고 늘 남을 가르치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대지가 얼마나 넓은지 모르는 자들이다. 그런 부류의 사람을 지도할 때는 누가 선생이고 제자인지 알 수가 없다.

 

2011년 4월, 캄보디아와 태국 생활을 접고 귀국하자마자 방콕에서 한국인을 지도할 개인 교사를 급히 구한다는 메일이 날아와서 5월에 다시 태국으로 날아갔다. 나는 졸업장이 없는 문제로 오래도록 무명강사 생활을 했지만, 많은 유학생과 대학생을 지도하면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나름 유명했던 무명강사였다. 이제 휴학을 한 지 20년이 넘어 예전 같지는 않고 세상에는 물론 나보다 뛰어난 실력자가 많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쉽게 전달하는 스킬은 또 다른 실력이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일이었다.

 

나이는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가진 게 돈밖에 없어서, 선생 알기를 우습게 여기는 그 무개념 청년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Be 동사도 제대로 모르는 무식한 녀석이라 기초공사부터 시작하니까 대뜸 하는 말이 "회화를 배우려고 선생을 구한 건데 문법을 가르치시면 어떻게 합니까? 이따위로 가르치시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겠네요."

 

모자란 녀석. 태국에서 사업하려고 무작정 날아와서 태국어학원에 등록했는데 한국인 강사가 아닌 태국인 강사가 태국어를 Be 동사도 모르는 놈한테 영어로 지도하니까 대책이 없어서 한국인 교사를 구한 주제에, 'ㅈ'도 모르면 입이나 처닫고 수업을 받을 것이지.

 

왜 기초공사가 필요한지, 문장의 골격(= 문법)을 알아야 회화를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차분히 설명해주는데도 시건방을 떨었다. "제가 피아노를 배워봐서 알거든요. 저는 피아노를 이렇게 이렇게 배워서 아는데 선생님은 모르시잖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이렇게 가르치세요."

 

허허, 왜 자신이 할 줄 아는 것은 남이 못한다고 생각할까? 음악은 내 밥줄이었는데. 녀석이 배웠다는 피아노를 내가 더 가르쳐줄 수도 있는 것을. 병장 제대한 녀석이 4성 장군한테 '나 군대 나온 사람이오.'라고 자랑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리.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에 빠진 독수리에게 하늘의 크기를 설명할 수 있을까?

 

2번째 수업 일에도 '도대체 언제' 회화를 시작할 거냐고 보챘는데 3번째 수업 일에 비로소 문법이 회화인 사실을 깨닫고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지만, 아래와 같은 이유로 내가 녀석을 자르고 방콕을 떠났다.

 

돈 많은 골통의 행동은 더 가관이다. 그들에게는 그들이 올려다볼 스승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을 지도하는 스승마저도 비서나 하인으로 취급하므로……. 내가 개인영어교사의 신분으로 방콕에 돌아온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제시간에 수업준비가 되어 있던 적이 거의 없다. 수업이 이미 시작된 시각인데 그제야 샤워를 한다거나 수업 중간에 잠자리에 들어가서 한두 시간씩 잠을 자고 나온다거나 오전에 도착해도 오후가 되도록 -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 몇 시간이고 기다리게  했다. 수업을 중단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사과의 전화 한 통 줄 생각을 못하는 게 골통들이다. 아마 스승이 먼저 전화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 제자님께서 잠자리에서 일어나실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무례를 범했으니……. 달리 골통이 아니다.

 

한 번 골통은 영원한 골통이다!

 

- Jean의 眞한 이야기 '자신이 골통임을 아는 골통은 없다'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