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똑.
피로가 누적되어 깊은 잠에 빠졌지만, 잠귀가 밝은 탓에 바로 눈을 떴다. 04:00 am. 이 시각에 날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창문을 두드린 바람 소리인가? 오전에 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해서 다시 눈을 감았다.
똑. 똑. 똑.
다시 정적을 깨는 소리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바람 한 점 없는 새벽 거리에는 인적도 없다.
똑. 똑. 똑.
방문을 열다가 그만 기절초풍했다. 그녀가 다소곳이 서 있었기에...
"이 시각에 무슨 일이지?"
"저와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
"헉...."
"오늘 떠나시잖아요!"
"그래도 이건 좀..."
찍었다. 자다 말고 일어나 충혈된 눈과 면도도 하지 않아 꾀죄죄한 모습으로...
"자, 이제 돌아가렴."
"이메일 주소도 주세요."
"jean은거지@뜨거운메일.com. 이제 잠 좀 자자. 어서 돌아가렴."
"같이 있고 싶어요."
"헉! 노우, 노우, 노우!"
그녀가 고집을 꺾지 않고 내 침대를 차지하는 바람에 나는 의자에 앉아 남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녀는 준비를 하고 왔지만, 나의 강한 책임감은 쉽게 무너지지 않으니까.
방콕에 도착하고 나서 15시간 동안 버스와 배를 타고 코피피까지 내려갔다. 본의 아니게 또 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어서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이내 그녀에 대한 걱정을 접었다. 시름을 덜기에는 어머니의 품처럼 넓은 바다가 최고였다. 뜨거운메일.com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베트남을 떠난 지 한 달 후에 접속했는데 호찌민 아가씨가 보낸 30통의 메일이 도착해있었다. 대놓고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꺼내기가 미안해서 나는 나이도 많고 돈도 없는 남자이니 젊고 잘사는 남자를 만나라는 답신을 보냈지만, 그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 메일을 보냈다. 거리와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믿고 기다렸지만, 그녀의 붉은 마음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어느 날 베트남에서 한 한국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녀의 메일 수신을 거부한 지 한 3개월 정도 지난 후였을 거다.
"천 사장님이십니까?"
"네, 누구시죠?"
"저는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사람인데요, 사모님께서 전화를 부탁하셔서요."
"네? 사모님이라뇨?"
"베트남 사모님요, 한국어를 못하셔서 제게 부탁하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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