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시 머물던 호찌민의 작은 호텔에서 아르바이트하던 19살 여대생. 그녀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으니 ‘호찌민 아가씨’라고 칭하겠다.
국제전화카드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호찌민 아가씨한테 물어보자 하던 일을 멈추고는 나를 앞질러 걷는다. 방향만 알려달라니까 찾기가 쉽지 않다고 따라오란다. 그녀에게는 익숙한 길인데도 한참을 걸었으니 혼자 갔다면 정말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보다 10보는 앞서 걷고 있었으므로 땀으로 범벅이 된 내 얼굴이 안 보였을 텐데 갑자기 그녀가 더 잰걸음으로 작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더니 휴대용티슈를 사 들고 나온다. 땀을 닦으라고... 천사가 따로 없구나! 티슈값을 주려 했으나 끝내 받지 않아서 저녁이나 대접하려 했다.
한참을 더 걸어서 전화카드판매소에 도착했고 조국에 전화하려고 번호를 누르자 안내방송이 대책 없이 베트남어로 나온다. 긴 통화가 끝날 때까지 그녀가 옆에서 통역을 해주고 있었으므로 그녀에게 갚아야 할 빚이 두 배로 늘었다. 시장기도 돌고 저녁 시간도 되었으니 좋은 식당으로 가자고 하니까 식당 음식은 비싸다고, 호텔에서 먹을 테니 괜한 돈을 쓰지 말라고 한사코 거절한다.
마음씨가 그렇게 고우니 그녀는 투숙객들한테 상당히 인기가 많았다. 나는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서면 잠자리에 들어갈 시간에나 돌아왔으므로 그날 이후에 그녀와 대화를 나눌 시간은 거의 없었는데 언제 봐도 그녀는 투숙객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녀에게 푹 빠져 있던 두 명의 일본인은 그녀가 사랑을 받아주지 않아서 슬프다고 내게 푸념을 늘어놓기까지 했다.
하루는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 내게 달려오더니 미국에 가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미국? 그래, 가보았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꿈꿔왔던 나라였고 오랜 준비 끝에 유학생으로 날아갔지만, 저주받은 내 운명은 끝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게 훼방을 놓았지.' 그녀가 세계지도를 펼쳐놓더니 어떻게 하면 미국에 갈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달란다. '미국에 가는 방법이라니, 허허! 나도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말문이 막혀 그녀가 원하는 답을 주지 못하니까 침울한 표정을 짓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국에 있다면서...
그녀가 기침을 심하게 하기 시작했다. 지독한 감기에 걸렸는데 쉬지도 못하고 병원에 갈 돈도 없으니 일전에 진 빚을 갚으려고 갖고 있던 감기약을 전부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가 아닌 '그'였어도 그리했을 테고, 난 그녀를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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