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방을 나올 때마다 하우스 키퍼들이 수다스러워져서 무슨 내용일까 항상 궁금했는데 나와 절친한 사이가 된 직원 Kideang을 통해 이제야 알게 되었다. 서로 내 방을 청소하겠다고 일종의 경쟁이 붙어서 그런단다. 노총각 방에 뭐 볼게 있다고….
어제는 계단을 내려가는데 누군가 내 등 뒤에서 "코이 학 짜오."를 외치고 후다닥 달아났다. 가장 먼저 배운 라오스말이라 바로 알아들었는데 "I love you."라는 의미이다. 사장의 부탁으로 호텔 사진을 찍고 있는데 Pee라는 아가씨가 같이 사진 한 장 찍자고 간청해서 꾀죄죄한 차림으로 찍었다. "코이 학 짜오."를 외친 목소리가 Pee의 것도 아니고, 누구였는지 말해주지도 않고, 직원이 20명이 넘어 도대체 누군지 알 수가 없다.
내 입에서 나온 한 마디 한 마디는 사장의 귀에까지 전해지고 내 작은 행동 하나하나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 가령 커피를 좋아해서 식후에 한 잔씩 한다고 하면 보는 이마다 언제든 내려와서 커피를 마시라고 하고,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하면 발목을 삐지나 않았는지 누구나 물어본다.
이 나라를 떠날 때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키뎅이 날 대접하겠다고 그의 집에 초대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이었다.
메추리알을 하나씩 까먹고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나와 멋진 라오스 아가씨들이 서빙하는 오리고기 전문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학생들도 제법 많고 젊은 층이 주 고객인 것 같은데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음악만 흘러나온다.
채소와 함께 튀긴 오리고기 두 접시, 그리고 Beer Lao가 테이블에 차려졌다. 손님에게 후하게 대접하는 것이 라오스 스타일이니 많이 들라는데 키뎅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되는 것 같아 맥주만은 내가 사려고 했으나 고집을 꺾지 않고 혼자 거금을 치렀다. 라오스에 온 지 2주도 안 되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얻었으니 이미 부자가 된 느낌이다.
다시 그의 오토바이를 타고 한참을 달려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 제법 깊어진 시각이었지만, 마지막 밤을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간단히 씻고 호텔문을 막 나서려는데 아름다운 여사장이 (내가 라오스를 떠나기 전에) 술 한 잔 대접할 기회를 주겠느냐고 묻는다. 발길을 돌려 호텔 식당으로 들어가니 그녀의 아름다운 조카딸과 언니분, 그리고 언니분의 라오스인 남편도 함께 막 파티를 열고 있었다. 라오스인 남편은 라오스에서 아주 유명한 가수라면서 그의 노래와 영상이 담긴 DVD 앨범을 내게 선물했다.
금방 키뎅과 함께 푸짐한 저녁을 들고 왔는데 한 테이블 가득 차려진 라오스 음식과 와인을 배가 터지도록 먹고 마시며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앞으로 가족처럼 지내면 좋겠다고, 언제든 라오스로 돌아오라고, 내가 요리하는 한국 음식 맛도 보고싶다고, 왜 아직 결혼 하지 않았냐고, 조카딸도 아직 미혼이라고,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느냐고….
타국에서 또 하나의 가족을 얻었다.
'Jean의 眞한 이야기 > 에피소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pisode 29 - In Korea (1) (0) | 2013.10.31 |
---|---|
Episode 28 - In Laos (3) (0) | 2013.10.31 |
Episode 26 - In Laos (1) (0) | 2013.10.30 |
Episode 25 - In Thailand (3) - Dao와 Risa의 배웅 (0) | 2013.10.30 |
Episode 24 - In Thailand (2) - 금지된 장난 (0) | 2013.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