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s Album/Thailand

<태국> 낮이나 밤이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친구들

Jean2 2011. 3. 9. 21:22

 

늦은 밤 산책하러 나갈 때마다 나를 두 발자국 앞질러 가던 녀석이 있었다. 처음 며칠은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달이 넘게 길동무가 되어주어서 이젠 사람들이 내가 녀석의 주인인 줄 안다.
한 번 문을 나서면 꽤 먼 거리를 산책하는데 - 내가 문을 나서기가 무섭게 어디선가 바람을 가르며 달려와 - 녀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확히 내 코스를 앞질러 간다. 내가 걸음을 멈추면 녀석도 가던 길을 멈추고 나를 기다린다. 왜일까?

평생 개와 함께 해서 개라면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인 나인데 녀석이 좋아할 만한 것을 사주어도 도무지 입에 대지 않는다. 먹을거리 골목을 지나갈 때는 상냥한 아가씨들이 고기조각을 떼어주기도 하는데 거들떠보지도 않고 내 앞길을 인도할 뿐이다. 주인도 없는데 뭘 먹고 사는지…. 녀석의 코는 늘 바짝 말라있어서 안쓰럽기 그지없다.
녀석이 또 다른 떠돌이 친구를 소개해주어서 이젠 두 녀석이 나를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