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s Album/Cambodia

<캄보디아>의 한국어 교재, Capitol Guest House의 문제 어른들

Jean2 2010. 8. 4. 21:47

 

 

 

 

서점에 가면 한국어 교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한국의 연예인 사진들을 티 나게 합성해 놓은 표지들을 보면 기가 막혀 웃음이 절로 나온다. 3번째 사진을 보면 '한국어'가 아닌 '한곡어'로 표기되어 있음을 알 수 있고 내용물에도 오타투성이다. 그래도 이렇게 한국을 동경하고 한국을 배우고 싶어하는 캄보디아인들을 보면 흐뭇하기 그지없다.

 

교재도 없이 매일 '패크데이'와 '티나', '피니'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국어 교재들은 내게 또 다른 기쁨을 선사했다. '패크데이'와 '피니'를 위한 한국어 교재 2권을 사서 '피니'에게 전해주고자 프런트 데스크로 내려가 보니 늘 한국어로 인사하는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제(7월31일) 이후로 못된 '티나'와는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지만, '패크데이'가 이틀간 다른 게스트 하우스로 파견 근무를 나가서 할 수 없이 그녀에게 물어보니 '피니'가 오늘 아침(8월1일)에 해고되었단다. 손님들과 가까이 지내고 틈나는 대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녀석의 모습이 못된 매니저 아줌마의 눈 밖에 난 것이었다.

 

Capitol Guest House에는 두 명의 문제아, 아니, 문제의 어른들이 있다. 지난달 Capitol Guest House의 베란다에서 인상 험악한 매니저 아줌마와 - 내가 다가가서 -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녀의 눈 밖에 나면 언제든 누구라도 해고할 권한이 있는) 그녀가 매니저임을 나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는데 그녀는 자신이 매니저가 아닌 일개 고용인에 불과하다고 내게 거짓말을 했다. 한국인을 탐탁지 않게 여김을 그날 처음 알았고 두 시간가량 험한 말을 내뱉었지만 난 이성을 잃지 않고 들어주었다. 그리고 오래전 내가 필리핀에서 당한 사건과 캄보디아에서 모든 걸 빼앗긴 일본인 친구 이야기와 11년 만에 다시 돌아간 필리핀에서 (내가) 두 번을 더 당한 사건들을 들려주고 나서 '그래도 모든 필리핀사람을, 모든 캄보디아사람을 증오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하자 할 말을 잃었는지, 혹은 미안했는지 침묵을 지키다가 자리를 떴다. 벌건 대낮에도 오토바이 강도들이 가방을 낚아채 달아나는 캄보디아의 치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그녀에게 적잖이 화가 나긴 했지만, 세계 곳곳에서 신망을 떨어뜨리는 내 조국 사람들에게 사실 더 화가 났다.


그저께(7월30일) 체크인해서 어제(7월31일) 아침에 체크아웃한 한국인 모자(母子) 투숙객이 있었다. 통상 열쇠를 받기 전에 방값을 치르는 것이 관례인지라 투숙객은 방값을 내지 않고 체크인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열쇠만 반납하고 나가려 했다. '패크데이'가 방값을 요구하자 그들은 방값도 안 내고 어떻게 열쇠를 받을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고, 이어 영수증을 요구하자 그들은 영수증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패크데이'가 체크인 기록을 살펴보고 있는데 그새를 참지 못하고 성질 더러운 '티나'가 "I'm 100% sure you didn't pay for the room."이라고 소리쳤다. 투숙객이 CCTV로 확인해보자고 하자 '티나'가 씩씩대면서 매니저한테 전화했고 포악한 매니저는 이들이 방값을 내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 방값을 두 배로 받겠다고 했다.


CCTV 기록을 살펴보는 중에 내가 Capitol Guest House의 직원들과 담화를 즐기는 모습과 내가 친동생처럼 좋아하는 '피니'가 한국어를 공부하는 장면도 포착되었다. 그것 때문에 '피니'가 해고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한국어 교재를 사 들고 '피니'를 찾고 있었으니….


한국인 투숙객이 방값을 치르지 않은 것이 확인되자 '티나'는 더없이 득의양양했고, 그들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방값을 두 배로 치르고 나갔는데도 '티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It's a bad day because of fucking Korean people!"

(무례하기 짝이 없는) '티나'의 잘못을 우회적으로 짚어주려 하자 자신은 공손한 태도를 보였는데 'fucking stupid Korean guy'가 불손하게 대들었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모두가 놀라 대화가 중단되었다. 바로 그녀를 인간목록에서 삭제해 버리고 밖으로 나왔다.
어느 뛰어난 문필가라도 심술로 뭉친 그 표독한 얼굴과 매너 없는 말투를 묘사할 형용사를 찾지 못할 것이다. 정작 잘려야 할 직원은 '티나'인데 '티나'와 같은 부류인 매니저는 착하기 이를 데 없는 '피니'를 해고했다.


매니저의 심술은 '피니'의 해고로 만족하지 못했고 모든 직원에게 강경한 경고가 떨어졌다. 투숙객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투숙객과 함께 길을 걷는 모습이 포착되면 바로 해고하겠다는……. 그건 나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다. 직원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투숙객이 바로 나였으니까….


Capitol Guest House를 떠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