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남 루앙 (Sanam Luang) - 왕궁 앞 광장으로 일찍이 왕실의 화장터가 있었던 곳. 국왕의 축하행사 등에 사용되며, 일반에게 개방해서 지역 주민들이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사용됨
두 못된 아줌마들 때문에 가던 길 멈추고 감정을 추스르고 있는데 한 나이 지긋하게 생긴 분이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상황을 얘기하자 20바트밖에 잃지 않았는데 왜 그리 화를 내느냐고 한다. 돈이 문제가 아닌 감정 문제라고 하자 여전히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의 주머니에서 20바트를 꺼내며 함께 온 아이들에게 건네준다. 아이들 용돈밖에 안 되는 돈인데 화를 낼 이유가 있느냐고…. 그의 말에 화가 나서 주머니에 있던 100바트 지폐를 꺼내 구기고 땅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20바트는 당신에게도 큰돈이 아니니 내겐 더 적은 돈이다. 그러나 돈의 문제가 아닌 감정의 문제이다. 9년 만에 돌아와서 지난 15일간 참 기분 좋게 지냈는데 오늘 한순간에 그 감정이 사라졌다. 또한, 저 사람들이 살아있는 한 나 같은 피해자가 내일도, 모레도 계속 생길 게 아니더냐."
때마침 지나가던 서양인도 순식간에 나와 같은 피해를 당했다.
"봐라, 또 한 사람 당하지 않았느냐?"
그제야 내 더러운 기분을 이해한듯 했다.
그리고 그가 내 기분을 풀어줄 테니 그의 툭툭에 올라타란다. 허허. 그도 장사꾼. 툭툭기사였다.
80바트만 주면 사원 몇 군데 둘러보고 숙소까지 데려다 주겠단다. 이번이 6번째 태국 방문이라 방콕의 사원은 사실 안 가본 데가 없고, 새로운 곳이 있다 해도 난 걸어 다니는 사람이라고 말하자 노부모를 모시고(그의 부친 65, 모친 60) 두 딸의 학비도 벌어야 하는데 오늘 손님이 없었단다. 그제야 그의 나이를 알았는데 20년은 더 들어보이는 내 동생보다 어린 40살이었고, 손녀딸들로 보였던 어린 아이들은 그의 친딸들이었다. 80바트가 비싸면 60바트만 달란다. 드라이브 한 번 하는데 그리 비싼 요금은 아니지 않으냐고….
그와 얘기하는 동안 내가 한참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을 텐데 어린 딸들은 내 화난 얼굴을 보고도 계속 미소를 보내더니 휴대폰으로 내 사진을 찍어 보여주며 한마디 한다. 'Mr. You are handsome.' 아버지를 돕고자 아부를 했겠지만 듣기 나쁜 말은 아니었고 딸들의 환한, 그리고 간절한 미소에 마음이 약해져 툭툭에 올랐다.
출발 전에 세 부녀 사진을 찍어 주고 메일주소를 달라고 하자 집주소를 준다. 한 소녀가 바보 소년에게 '메일주소'를 알려달라고 하자 '우리 집 주소는 서울시 XX구....' 그 다음날도 '우리 집 주소는 서울시 XX구....' '매일 주소'를 알려주는 바보 소년 만화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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