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 & 생활 정보/Asia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

Jean2 2010. 3. 27. 13:43

오지 여행전문가 한비야씨는 세계에서 한국인들이 (외국여행을) 가장 못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한비야씨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여행을 의미 있게 하시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동의할 것입니다. 대학생들은 매년 여름방학, 겨울방학을 이용해서, 직장인들은 휴가철에 유럽이나 동남아시아로 자유 배낭여행을 떠납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한국인 민박집에만 투숙하며 하루 2끼 이상을 한식으로 배를 채우고, 한국인들과 어울려 다니며 열심히 풍경 사진을 찍어옵니다. 구경해보지 못한 세계를 밟아본다는 차원에서는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수박 겉핥기 여행밖에 되지 못합니다.

 

패키지여행으로는 더욱 얻는 것이 적습니다. 여행사의 각본대로,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극히 제한된 경험밖에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행의 참된 목적은 새로운 언어와 문화, 음식 등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행에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음식이야 현지에서 직접 맛을 봐야 알 수 있지만, 언어와 문화는 출국 전에 충분한 기간을 두고 꾸준한 학습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값진 지식이 됩니다. 어떤 이는 여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표현만 (여행 영어만) 익히면 되지 않느냐고 반박을 하지만, 여행지에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것만큼 값진 것도 없다고 감히 말씀드리는 바이고, 그러려면 언어 습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준비가 되었을 때 여행을 떠나십시오. 특히 사업이나 이민을 위해 외국으로 사전답사를 나가시는 분들은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언어, 기술, 자본 중 -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고, 이 3가지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분도 있지만 - 외국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자, 가장 강력하고 값나가는 무형의 자본은 바로 언어입니다. 따라서 이 한 가지만으로도 90%는 준비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물론 필리핀이나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과 같은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는 최소한의 사업 자금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런 나라에서도 언어 하나만으로 돈을 버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필리핀에서) 수업광고를 올렸다가 여느 나라보다 낮은 수업료로 도저히 타산이 맞지 않아 수업을 취소하고 광고를 철회했는데 (제가 올리지도 않고 생각도 하지 않은) 사업이나 이민을 위한 답사여행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카페나 기타 사이트에서 광고하는 답사여행경비는 3박 4일에 보통 US $1,000가 넘습니다. 여기에 항공료까지 더하면 정말 큰 액수입니다.

다른 팀의 (깨끗하고 안전한 지역과, 비싼 식당만 찾아다니는) 사전답사 패키지투어와는 달리 저는 필리핀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가장 악취 나고 더럽고 위험한 지역부터 시작했습니다. 호텔만은 깨끗하고 친절하고 조식이 포함된 곳으로 안내해 드렸고 (하루 1,500페소 = \41,310), 점심은 깐띤에서 (한 끼 40~45페소 = \1,000~\1,300. 우리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는 값싼 현지인 식당이지만, 필리핀 식사도 해봐야 필리핀을 제대로 알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녁은 한식당으로 (한 끼 250~350페소 \6,900~\9,700) 안내해 드렸습니다. 또한, 택시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교통수단인 지프니와 LRT, MRT도 이용하고 관광코스로는 팍상한, 따가이따이 등으로 안내해 드렸고, 밤에는 여독을 풀어 드리고자 시간당 250페소(= \6,900)짜리 출장마사지 서비스도 포함했지만 총 경비가 300달러를 넘지 않았습니다.

(다른 팀 $1,000 ~ $1,300 vs 진의 안내 $300)

 

여러분, 미국에 오래 사신 교민들보다 단기체류 유학생들이 영어를 왜 더 잘하는지 아십니까? 처음부터 목적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외국체류기간과 언어실력이 정비례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몇 달을 혹은 몇 년을 더 체류했다고 더 많이, 더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교민 대다수가 신참자만 발견하면 훈수를 두려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밟고 있는 세계가 마치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보다는 그래도 더 일찍, 더 오래, 더 많은 나라에서 살아온 저도 아직 우물 안 올챙이라고 생각하는데 (세상은 정말 넓습니다.) 상당수의 교민, 유학생, 여행자들은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다는 진리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하숙집을 운영하려면 나이가 40대는 되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자신이 40대이기 때문에 자신의 나이에 기준을 두는 것이겠지요. 50대였다면 적어도 50대는 되어야 한다고 하겠지요.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30대는 30대 나름대로, 20대는 20대 나름대로 장점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학생들만을 겨냥한다면 물론 자식을 키워본 부모의 처지에서 하숙인을 돌볼 수 있어 유리하겠지만, 또래의 하숙인을 받기에는 젊은 사람이 유리할 수도 있으니 나이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앞으로 어느 분이라도 원하신다면 제 시간이 허락하는 한 여느 사이트의 카페지기보다 저렴한 경비로 알차게 안내해 드릴 수 있지만, 될 수 있으면 충분히 준비하시고, 직접 답사하실 것을 권하는 바입니다.

 

2008년 필리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