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그렇게 굴욕적인 삶을 사느니 죽는 게 낫겠다고, 함께 세상을 뜨자고 울부짖었지만, 어머니는 당신 아들의 삶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하셨다. "너만은 이 지옥을 빠져나가서 살아남아라." 어렵게 장만하신 50만 원을 손에 쥐여주시면서 하신 말씀이다. 어느 불효자식이라도 어머니가 그 지경에 계시면 떠나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나는 매정하게 떠나야만 했다. 내 금융권은 모조리 박탈당했고, 채권자들의 점거와 농성, 압력으로 내가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생지옥에 남겨두고 뒤돌아보지 않고 매몰차게 길을 나섰지만 흐르는 눈물은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간밤에도 전혀 눈을 붙이지 못했는데 San Francisco 국제공항에 도착하기까지 긴 비행시간 중에도 상념에 잠겨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이민국을 무사히 빠져나오기까지 그 조마조마했던 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San Francisco의 하늘은 변함없이 푸르렀고 Las Vegas 또한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운데 착잡한 심정은 억누를 길이 없었다.
Circus Circus Hotel에 여장을 풀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불쌍하신 어머니, 못난 아들 낳으시고 고생만 하신 어머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불효자식이 어머니를 편히 모실 날이 꼭 올 거예요.'
1997.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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