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의 眞한 이야기/Jean의 眞한 이야기

오비이락(烏飛梨落)

Jean2 2017. 4. 1. 06:39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어머니나 누나들이 심부름을 시키면 무리하게 짧은 소요시간을 정해놓고 번개같이 달려나가 임무를 완수하고 번개같이 돌아오는 게 취미 중의 하나였다. 한 번은 약국으로 심부름을 가서 필요한 약을 사고 약국 문 앞에서부터 '수퍼를 지나' 집까지 전력으로 질주해서 돌아왔는데...

이틀 후에 수퍼 아주머니가 나를 불러세우더니 며칠 전에 수퍼에서 뭘 훔쳐갔느냐고 묻는다.

"훔치다니요? 그런 적 없는데요."

"잘 생각해보렴."

"훔친 적이 없는데 뭘 생각해요?"

"안 되겠구나. 너!"

내 어머니가 나오셨다.

"우리 아들이 도둑질을 했다고요? 뭐가 없어졌는데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댁의 아드님이 뭔가를 훔쳐서 후다닥 달아나는 걸 보았거든요!"

"우리 아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그거야 댁의 아드님이니까!" "얘,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인데 잘 생각해보고 솔직하게 말하면 용서해줄게!"

CCTV가 없던 때이니 진실을 믿어주지 않으면 거짓이 되던 시절이었다. 집으로 달려가서 이틀 전에 수퍼 앞을 전력 질주할 때 손에 들고 있던 약봉지를 가져와서 보여주었지만, 수퍼 아주머니는 여전히 찝찝해하며 용서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용서받기 위해 없는 죄를 실토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