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다리를 건너기 전에 라오스 출입국관리소에서 출국도장을 받고, 다리를 건너자마자 태국 출입국관리소에서 입국 절차를 밟는다. 농카이 시내로 갈 사람은 타고 온 국제버스에 그대로 오르면 되고 방콕으로 갈 사람은 트렁크에서 짐을 내려 기차역까지 툭툭을 타거나 도보로 이동하면 된다. 농카이기차역까지 툭툭 요금은 30baht에 불과하지만, 방콕행 기차가 출발하기까지 두 시간이나 남아 있어서 걸어가기로 했다. 大 한국인은 길이 멀어도 짐이 무거워도 걸을 수 있으니까.
한산한 도로를 지나 황량한 들길을 걷다 보니 익숙한 기차역이 시야에 들어온다. 표를 사고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고 나서도 1시간 20분이 남아서 홀로 Beer Lao를 마시고 있는 서양인에게 다가갔다. 국적은 영국이지만, 아프리카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 사람은 17년 전에 태국에서 태국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태국에 정착한 지 17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가 쉴새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질문을 퍼부어준 덕분에 1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후딱 지나갔다.
기차에 올라서는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거쳐 라오스 여행을 마치고 방콕으로 돌아가는 세 명의 프랑스인과 친구가 되어 침대가 펼쳐지기까지 한국어와 프랑스어 교환학습을 했다. 태국여자와 결혼해서 태국에 정착한 지 20년이 된 프랑스인은 가방에서 노트와 펜까지 꺼내 들고 쉼 없이 질문하며 받아적는데 언어학자 출신답게 이해가 빠르고 그 짧은 시간에 벌써 우리말 구조를 파악하고 있었다. 태국어는 물론이고 미얀마어 라오스어까지 능통한 그의 노트를 살펴보니 온갖 나라의 언어가 정리되어 있었다. 나의 한국어 레슨에 이어 시작된 그의 프랑스어 레슨은 잠자리에 들기까지 중단되지 않았고, 방콕에 곧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승무원이 들어와 침구를 개키자마자 다시 시작되었다.
내가 아직 가보지 않은 미얀마와 미얀마인에 대한 그의 평은 여론대로 상당히 좋았고, 캄보디아에서 내게 일어난 대사건과 나의 평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했다. ‘캄보디아라면 놀랄 일도 아니다. 내 여동생도 다 털렸으니까!’ 일행 중 한 명은 그의 친여동생이었다.
홀로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서면 외로울 것 같지만, 언제나 심심할 새가 없는 나 홀로 여행.
2014.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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