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엠립에 하루라도 더 머물고 싶었지만, 페크데이의 누이가 일을 저질러서 서둘러 프놈펜으로 출발했다. 매니저인 그녀의 남동생한테 보고도 하지 않고, 사장인 내 허락도 받지 않고 가게를 계약했다는 보고만 페크데이로부터 받고 괘씸해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무슨 배짱으로 그랬을까? 무슨 일이든 내가 다 받아줄 거로 생각했던가? 계약금을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지만, 그녀의 잘못이니 손해는 그녀가 감수하고 사업은 없던 일로 하라는 메일을 띄우고 버스에 올랐는데 프놈펜에 도착하기까지 7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다.
버스터미널에서 Hong Phann Hotel까지 도보로 1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화물칸에 실은 배낭이 흠뻑 젖어 있어서 할 수 없이 툭툭을 잡아탔다. 페크데이가 예약해둔 104호실에 여장을 풀고 Hello Guest House로 가보니 아직 근무 중인 페크데이의 형 니사이와 Capitol Guest House에서 객실 안내원으로 일하는 19살 꿈많은 청년 티니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티니가 아직 저녁을 못했다고 해서 야식당에 데리고 가 함께 식사했는데 내가 프놈펜에 돌아오기까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그의 영어실력이 눈부시게 향상되어 있어 놀랐다. 더 놀라운 일은 고졸 신분이지만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덕분에 프런트데스크에 근무하는 니사이가 4년 장학생으로 명문대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녀석, 열심히 공부하더니 해냈구나!
식사를 마치고 나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자 티니를 이끌고 편의점에 갔는데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다는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는 모습에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그와 담화를 나누다 늦게 Hello Guest House로 돌아갔는데 더 초췌해진 모습의 페크데이가 저녁도 들지 못하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녀석을 한참 야단치고 나서 들어보니 그의 누이가 계약금으로 50달러를 걸었다고 한다. 1,000달러도 500달러도 아닌 50달러라. 허허, 내가 오늘 하루 쓴 액수만 46달러인데…. 그 이상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이들의 가난한 삶을 계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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