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s Album/Thailand

<태국>의 버스 안내원

Jean2 2010. 11. 1. 16:48

 

태국의 버스에는 아직도 - 1980년대의 우리나라 모습을 연상케 하는 - 안내원이 있다. 필통처럼 생긴 통을 착착 흔들면서 '빠이나이까?'라고 묻고 행선지를 말하면 저 통에서 표를 떼어준다.


날씨가 계속 좋지 않아 캄보디아 대사관 방문을 미루어왔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내리다가 10시 30분경에 먹구름이 종적을 감춰 채비했다. 2001년도 기억으로는 카오산 로드에서 15번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달리다가 하차해서 5번 버스로 갈아타고 다시 30분을 걸어서 도착했는데 거리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냈다. 랏차담리거리에서 하차하고 싸라신거리로 걸어가라는 안내 글을……. 그러나 Guest House를 나섰을 때는 이미 11시가 넘어서 버스로는 늦을 것 같아 택시를 잡아탔다. 2001년도에는 어차피 당일에 발급되지 않아서 서둘러 도착할 필요가 없었는데 2006년 날짜의 글에는 오전에 접수, 오후에 발급으로 안내되어 있어서 어떻게든 오전에 도착할 필요가 있었다.


택시기사한테 캄보디아 대사관에 데려다 달라고 말했는데 달리면서 태국어로 뭔가를 묻는다. 행선지를 묻는 것 같아서 다시 'Royal Embassy of Cambodia'라고 답했는데 알아듣지를 못한다. 행인에게 묻고자 차를 세웠는데 만약을 위해 태국어로 적어둔 캄보디아 대사관을 찾아내 보여주자 그제야 '아, 싸딴툿 깜푸차, 오케이!' 영어를 못하는 기사를 만나면 답답하긴 하지만, 바가지를 씌우지 않아서 좋기도 하다.
분침이 11시 10분을 지나고 있어서 20분 내로 도착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예스'라고 답한다. 11시 30분이 되었는데 대사관 건물의 모습이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아 앞으로 5분 내로 도착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또 '예스'로 답하더니 '45바트'라고 한다. 미터기 요금은 이미 80바트를 넘고 있었으니 택시 요금은 아니었고 좌회전해서 들어간 곳은 Toll Gate였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예전의 그 길과 방향이 아니었다. Toll Gate를 지나서도 20분을 더 달려 오전 업무를 마감하기 직전에 도착해 번호표를 받았다. 택시 요금은 Toll Fee 45바트 + 150바트 = 합이 195바트 (한화 약 \7,800)


서둘러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자 (당연히 당일 발급이 원칙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오늘 발급받기를 원하느냐고 묻더니 발급비가 1,000바트라고 한다.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데 1분도 안 되어 호출하더니 사업비자인줄 몰랐다고 500바트를 더 내라한다. 관광비자 1,000바트 (한화 약 \40,000), 사업비자 1,500바트 (한화 약 \60,000). 관광비자가 필요한 사람은 도착비자가 훨씬 싸니까 차비까지 들여가면서 대사관에 갈 필요가 없다. (국경에서 바가지를 써도 \32,000이면 받을 수 있으므로…….)


도착한 지 15분 만에 사업비자를 받고 대사관을 나섰는데 새로운 곳에 자리잡은 대사관이 낯선 곳에 있어서 어디가 어디인지 좀처럼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버스를 기다리는 젊은 친구에게 다가가 길을 묻자 아래위를 훑어보더니 말없이 조소하는 듯한 표정만 짓는다. 한 방 날리고 싶은 감정을 억누르고 골룸의 아우처럼 생긴 행인을 멈춰 세워 물어보니 자동차 타이어 센터로 안내한다. 골룸이 나를 대신해서 랏차담리로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느냐고 묻자 타이어 센터 직원이 랏차담리로 가는 버스는 없으니 택시를 타라 한다. 랏차담리까지 걸어갈 테니 방향만 일러달라고 하자 4km가 넘는 거리라 걸어가기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배낭을 메고도 40km를 걸을 수 있는 내 체력을 맨몸으로도 400m를 걷지 못해 오토바이를 타는 그들이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일이므로 가볍게 흘려듣고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골룸이 나를 불러 세우더니 지갑을 꺼내며 돈을 요구한다. 정상인처럼 생긴 타이어 센터 직원이 그를 말려서 조용히 넘어갔지만, 골룸 녀석만 있었다면 피곤한 사건이 생길 뻔했다. 마음씨까지 혐오스러운 녀석이다.


한 시간가량을 걸었는데도 랏차담리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보이지 않아 젊은 행인을 불러 물어보니 "I know, I know."라고 답하고는 기껏 한 무리의 오토바이 기사들한테 안내한다. 기사들도 모르는지 지도가 있으면 보여달라더니만 한참을 들여다보고는 200바트에 태워주겠단다. 맞아야 할 놈들이 정말 많다.


녀석들을 무시하고 내가 판단한 방향으로 조금 더 걸어가자 Thailand Cultural Center Station(지하철역)이 눈에 들어온다. Hua Lamphong역까지 고작 9정거장인데 33바트(한화 약 \1,300)이고 Hua Lamphong에서 53번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