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s Album/Cambodia

<캄보디아> Circuit Hotel - One of the Worst Hotels in Phnom Phen 2

Jean2 2010. 7. 21. 19:58








 

7월17일 토요일


첫 번째 호텔이 마음에 들지 않아 툭툭 기사 '톰'이 항상 대기한다는 장소인 버스터미널로 그를 찾으러 갔다. 어제 그 많은 호텔을 돌고도 약속대로 2불만 받겠다던 괜찮은 친구. 체크아웃시각 이전에 값싸고 질 좋은 호텔을 찾으려면 그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가 보이지 않는다. Central Market 주위를 돌다가 20% off의 가격에 Free Wi-Fi와 아침까지 포함된 호텔을 발견해 바로 예약했다. Circuit Hotel. Single $15, Double $18

 

방은 작지만 깨끗하고 쾌적하다. 냉장고가 없는 게 아쉽지만, 매일 두 병의 생수를 무료로 제공하고, 로비에서도 시원한 물을 언제든 마실 수 있어 좋다. 무선인터넷이 바로 연결되지 않아 답답했지만, 친절한 수퍼바이저 아가씨와 회계원의 발 빠른 조치로 곧 접속이 가능했다.

 

외출하고 돌아오니 또 무선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는다. 수퍼바이저와 회계원은 퇴근하고 '컹끼아'라는 아가씨 직원과 '피아'라는 게이 직원이 앉아 있는데 내일까지 기다려보란다. 6:00 PM. 아직 초저녁인데 내일이라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당장 체크아웃하고 싶었지만, 식당부 직원 '띠'의 정중한 사과와 권유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7월18일 일요일

 

호텔에서의 첫 아침. 프런트 데스크에서 식사 쿠폰을 끊어준 - 어제저녁에 출근한 - '컹끼아' 직원의 상냥한 인사로 기분 좋게 들어간 식당은 넓고 깨끗했고 테라스에서 보는 전망도 좋았다. 산뜻한 제복을 입고 서빙하는 직원들의 공손한 태도도 마음에 들었고, 음식도 훌륭했다. 맛있는 아침과 무료로 제공하는 물, 무료무선인터넷까지 고려하면 비싼 호텔은 아니다. 어제 오후부터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어 답답하긴 했지만, 충분히 참고 기다릴 수 있었다.

 

이틀치 숙박요금을 더 치르고, 아침을 먹고 나서 다시 프런트 데스크로 내려가 인터넷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물어보니 기사가 10시는 되어야 도착하니까 10시까지만 기다리라고 한다. 08:30 AM.

 

사흘간 잠을 제대로 못 자 충혈된 눈을 잠시 쉬게 하고 이발하고 나니 12시. 아직도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다. 다시 프런트 데스크로 가서 물어보니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는 모르겠으나 매니저라는 사람이 아주 무례한 태도와 말투로 인터넷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건 내 노트북 문제일 테니 확인해 보라고 한다. 내 노트북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인터넷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달라고 하니까 오전 10시에 해결했다고 확인할 필요가 없단다. 그리고 다른 손님은 무선인터넷 접속이 되었는데 당신은 왜 안 되느냐고 날 나무란다. 그 손님이 접속한 시각을 물어보니 오전 10시였고 현재 시각은 12:00 PM. 그 시각에는 접속되었을지 모르나 다시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하니 한 번 더 확인해 보라니까 나더러 컴맹이 아니냐고 따져 묻는다. 허허. 세상에 이런 일이! 내 노트북에 문제가 있다면 Circuit Hotel 신호만 빼고 무수히 잡히는 신호는 어찌 해명할꼬! 나 외에 또 누가 노트북을 사용하느냐고, 그 손님이 지금 방에 있다면 확인해 보라고, 난 초보자가 아닌 컴퓨터 전문가라고 언성을 높이자 그제야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는 기사를 부르는 모양이다.

 

인터넷의 역사도 짧고 제대로 교육받은 기사도 없는 나라이니 기사가 와도 바로 해결은 되지 않는다. 내 노트북을 보고, 내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도 공유기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고 공유기를 뜯어 한참을 만지작거리고 나서야 간신히 해결되었다. 3:00 PM. 내가 언성을 높인 것에 대해 '콩끼아'라는 직원한테 사과했는데, 내게 무례했던 매니저로부터는 사과를 못 받았다. 물론 '콩끼아'한테서도…. 여긴 당신 나라가 아닌 캄보디아니까 인내해야 한다는 충고만 들었다. 손님은 종이다!

 

배도 고프고 인터넷도 해야 하니 불쾌한 감정을 억누르고 노트북을 들고 - 무선공유기가 설치된 - 2층의 호텔 식당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친절한 '띠'와 그녀의 동료가 있으니 화난 감정을 추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점심을 주문하고 인터넷 작업을 하고 있는데 '띠'가 내게 다가와서 묻는다. 결혼했느냐고…. 그녀의 여동생이 날 좋아한단다. 이제 고작 두 번 보았을 뿐인데…….

 

다시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다. 매니저도 지쳤는지 매니저 자리에서 그녀의 컴퓨터를 사용하라고 한다. 필요한 프로그램들 때문에 그녀의 자리에서 내 노트북에 유선을 연결했는데 유선도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 5분간 연결되고 5분간 끊어지고, 연결과 끊어짐이 반복되니 장시간을 앉아 있어도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다시 30분 이상 연결이 되지 않아 '컹끼아'한테 인터넷회사에 연락해보라고 부탁하니 이미 4번이나 했다고 화를 버럭 낸다. 참 좋은 호텔이다!

 

저녁 9시가 되도록 식사도 못 하고 작업하다가 영어 단어 수준이 중1 정도 되는 프런트 데스크 직원 '칠레앙'도 아직 식사를 못했다고 해서 첫날밤 식사를 한 포장마차로 그를 데리고 갔다. 이 호텔 직원들 대부분이 영어를 못한다. 하우스 키퍼들은 그렇다 치고, 프런트 데스크 직원들의 단어 수준이 중1 정도밖에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길 때마다 손님들이 짜증을 내고 항의하는데 직원들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니 편리한 점도 있긴 하다.

 

밤 11시. 오후에 퇴근했다가 밤늦게 다시 출근한 '컹끼아'가 내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서 작업하는 걸 보고는 인사 대신에 인상을 찌푸린다. 바로 내 앞에서 퇴근과 출근을 하면서도 인사가 없는 그녀. 나를 사장으로 모시지 않은 걸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

 

7월19일 월요일

 

크메르어를 모르니 이들이 정확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건 분명했다. 아주 까다로운 손님이 된 것이다.

 

아침으로 오믈렛과 커피를 주문했는데 '띠'가 어제처럼 - 어제는 띠의 여동생이 서빙했지만 - 포크와 나이프를 정성스레 냅킨으로 싸서 테이블에 놓아주는 것이 아니라 태국의 값싼 식당에서 그러하듯 냅킨이 없는 맨 포크와 맨 나이프를 내 손에 쥐여준다. 그래도 난 '고마움'을 표시했으나 반사적으로 나와야 할 '천만에요.'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오믈렛을 다 먹고 기다려도 커피를 가져다줄 생각을 하지 않아 그냥 나왔는데 아무도 내게 인사하지 않았다.

 

똑같은 (인터넷 접속불량) 문제가 라오스에서도 태국에서도 발생했지만, 내가 이렇게 화를 낸 적이 없고 그 나라들을 떠날 때까지 처음 투숙한 숙소를 떠나지 않았는데 9년 만에 돌아온 캄보디아에서는 정나미가 떨어지게 한다.

 

9년 전에 묵었던 Capitol Guest House를 찾아 나섰다. 인터넷을 제때에 사용할 수 없다면 굳이 비싼 호텔에 묵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너무 많이 변해버려서 찾는데 애를 먹었지만 찾아내고 예약을 해버렸다.

 

점심을 먹고 Circuit Hotel로 돌아가 로비의 벤치에 앉아 불편하게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데 (* 콘센트가 테이블 가까이에는 없고 벤치 옆에 있다.), 게이 직원 '피아'가 연장 코드를 들고 달려와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란다. 자리를 옮기고 나니 선풍기까지 들고 와 틀어준다. 내가 어젯밤에 호텔을 평가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한다고 한 말에 걱정이 되었는지 오전과 오후의 태도가 전혀 다르다.

 

밀린 작업을 부지런히 하고 있는데 첫날 만난 친절한 수퍼바이저 아가씨가 다가와 방 청소를 원하는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묻는다. 내일 체크아웃한다는 말은 하지 않고 내일 청소하라고 말했다. 인터넷 접속이 끊어졌을 때 무례한 '매니저'와 '컹끼아' 대신 수퍼바이저 아가씨가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되었을지 궁금하다.

 

10:00 PM. 저녁도 뒤로 미루고 인터넷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초저녁이면 끊어지던 인터넷이 웬일로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다. 테이블이 프런트 데스크 앞에 있으니 내가 식사도 거르고 밤늦도록 작업하는 것을 매니저를 포함한 전 직원이 지켜보고 있다.

 

늦은 저녁을 들고 계속 작업하고자 테이블로 돌아오니 선풍기가 안 보인다. 프런트 데스크 뒤에 있는 직원 방에서 나 때문에 선풍기도 없이 수면을 취하고 있던 수퍼바이저 아가씨를 위해 '칠레앙'이 가져간 것이다. 식사하고 돌아와서 계속 작업할 거라고 그에게 말했는데 그의 영어가 짧아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이다. 곧 다른 직원이 냉풍기를 가져와서 시원하게 틀어준다.

 

7월20일 화요일

 

1:30 AM. 인터넷 연결이 중지되어 작업을 마치고 방으로 올라갔다.

 

8:30 AM. Circuit Hotel에서의 마지막 식사. 식당 직원들의 태도가 친절 모드로 돌변했다. 어제는 가져다줄 생각도 하지 않던 커피부터 차려 놓는다. 식사를 마치고 노트북을 들고 다시 내려가 빈 테이블에 앉으니 그 무례했던 '매니저'가 다가와 인터넷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공손히 묻는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었다.

 

11:15 AM. 배낭을 메고 프런트 데스크로 내려가니 매니저가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그렇게 세심히 배려했는데도 체크아웃을 하는 놈인가 하는 눈치이다. She didn't even say 'Goodbye'. 달라진 태도에 미안하기까지 했던 마음이 일순간에 사라진다. 참 좋은 호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