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에서 출발한 지 26시간 만에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도착했다. 9년 전만 해도 도로가 포장되지 않아 초대형 프로펠러 보트를 타고 톤레삽 호수를 건너 프놈펜에 도착했는데 이젠 전국의 도로가 포장된 모양이다. 예전보다 시간은 더 소요되었지만, 바람막이도 없는 보트 지붕에 매달려 질주하는 것보다는 VIP Bus가 훨씬 편안해서 좋다. 프놈펜의 도로도 반 포장 상태여서 항상 흙먼지가 일고 고층건물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9년 동안 치앙마이보다 더 멋진 도시로 탈바꿈했다. 발전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하지만, 때 묻지 않던 순수함이 포장도로와 고층건물 밑에 깔려버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버스에서 내려 화물칸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배낭을 찾기도 전에 툭툭 기사들한테 둘러싸였다. 예전처럼 오토바이밖에 없었다면 짐이 많아 애를 먹었을 텐데 이젠 툭툭이 도로의 반을 장악하고 있어 어디든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다. 부르는 값의 절반만 깎으면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 첫 번째 기사는 $4를 요구해서 바로 보내버리고, 이름이 '톰'이라는 두 번째 기사는 $3를 불러 $2로 하자니까 $2.50를 달란다. 다른 기사를 부르려 하니 $2만 받겠단다.
태국에서는 많이 타본 툭툭이지만, 캄보디아에서는 처음 타보는 툭툭으로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저렴한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숙소가 밀집된 구역이 크게 네 군데인데 이미 성수기가 시작되어 값싼 호텔엔 빈방이 없고, 예산을 초과하는 호텔만 남아 있어 40분 동안 대략 40개의 호텔과 게스트 하우스를 돌다가 $10짜리 선풍기 방을 발견해서 간신히 체크인했다. '톰'에게 $2만 주기가 미안해서 $3를 주고 늦은 저녁을 위해 호텔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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